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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2. 2019

양귀비꽃과 기찻길

#2_식물들의 놀라운 공간 인지 능력

기찻길 옆 양귀비꽃들은 왜 다치지 않았을까..?


일주일 만에 다시 외출 길에 올랐다. 이번에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학교에서 가까운 꼴로르노역에서 기차를 타고 파르마로 나가기로 했다. 일주일 전의 외출에서 기차를 이용한 게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기차를 타면 편리한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꼴로르노 역 구내에서 풍긴 느낌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풍경을 전혀 본 적도 없거니와 영화에서 조차 쉽게 만나지 못했던 풍경이랄까. 기찻길 옆 혹은 선로 내부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양귀비꽃들은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녀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특한 것이다. 비나리오 곁에서 혹은 기차가 도착하지 않을 때 선로로 잠시 내려가서 본 양귀비꿏들은, 기차가 무시로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다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 신기했다. 식물들이 지각 능력이 없다면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싶은 것. 그래서 파르마행 기차가 도착할 때까지 자세히 살펴보며 기록을 남겼다.





양귀비꽃과 기찻길

#2_식물들의 놀라운 공간 인지 능력


아직 기차가 오려면 10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나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꼴로르노 역 구내 비나리오를 이리저리 오가며 양귀비꽃의 생태환경을 관찰했다. 기찻길을 화려하게 수놓은 양귀비꽃들은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찻길을 따라 번식을 하여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찻길 선로 주변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어디 하나 다친 녀석들이 없었다. 녀석들은 적당한 크기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저마다 빨간 입술을 내놓고 5월의 볕을 쬐고 있는 것. 일주일 만에 일부 꽃잎이 시들고 열매를 맺은 것을 제외하면 변한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식물들도 공간 지각 능력을 갖춘 것일까..




#식물에도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밝혀져 있었다.(그냥 재미로 여기자) 식물이 소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연구한 결과 등에 따르면, 식물은 주변의 사물에 대해 반응할 뿐만 아니라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알아차린다고 한다. 또 냄새까지 맡는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런 사실에 대해 인류가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면 식물을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아래 첨부해 놓은 관련 자료 일부를 참고해 보면 이러하다.


애펠과 코크로프트는, 털벌레가 우적우적 씹어먹는 소리를 녹음했고, 이걸 틀어줬더니 식물이 공격자를 쫓아내는 용도의 화학 방어 물질로 자기 잎들을 무장하는 걸 확인했다. 코크로프트의 말을 들어보자. "식물은 생태계에서 유의미한 '소리'에 생태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을 합니다. 그걸 우리가 입증한 거죠."  생태적 의미가 열쇠이다. 취리히 소재 스위스 연방 공대의 콘수엘로 데 모라에스 연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부 식물은 곤충이 다가오는 걸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놈들의 냄새도 맡고, 또 대응해서 이웃 식물이 방출하는 휘발성 신호를 냄새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은 영혼과 개성을 지닌 생명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기차를 기다리다가 호기심이 발동해 접근해 본 양귀비꽃들 때문에 식물의 영혼까지 거론하게 되다니..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서 그곳 원주민들로부터 식물에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살펴보지 않은 것. 연구 결과를 실은 책 <식물의 정신세계_지은이(옮긴이) 피터 톰킨스/크리스토퍼 버드(황정민))의 소개 내용에 따르면 식물이 사고력과 감각,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험 결과는 이러했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자학 끝에 시들어 버리며, 떡갈나무는 나무꾼이 다가가면 부들부들 떨고, 홍당무는 토끼가 나타나면 사색이 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최초로 입증한 사람은 미국의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인 클리브 백스터였다. 
그는 1966년, 장난 삼아 사무실에 있는 화초의 잎사귀에 전극을 달아 검류계에 연결해 보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잎사귀를 뜨거운 커피잔에 담그자 아주 명백한 반응을 그래프상에 나타냈던 것이다. 더 확실한 반응을 얻기 위해 그가 잎사귀를 태워보려고 마음먹자 더욱 놀라운 반응을 나타냈다. 성냥을 긋기도 전에 검류계의 펜이 격렬한 선을 그려 대기 시작한 것이다.



#식물의 소리에 대한 반응에 관한 실험물의 소리에 대한 반응에 관한 실험  


놀라운 일 아닌가.. 식물들은 입이 없어서(?) 소리를 지르진 못했지만 인간들의 생각까지 다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들은 소리에도 반응을 할까. 식물의 감각기관에 대한 몇 가지 실험 결과에 따르면 포도나무에 특정 음파를 노출시키면 색깔과 향과 폴리페놀의 함량이 좋아지고 결실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식물의 생장 속도가 특정 주파수에 더 효과적으로 반응한 결과라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실험 결과를 꼴로르노 기차역 구내에서 자라고 있는 양귀비꽃들에 적용하면 호기심이 해답을 내놓는 것이랄까. 자료 사진들을 유심히 잘 관찰하면 비나리오 내 혹은 선로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양귀비꽃들은 저마다 키가 다르다. 예컨대 선로 한가운데서 자라고 있는 양귀비꽃들은 (목이 잘릴 것을 우려해) 키가 작은 반면에 기차의 동체로부터 조금 먼 곳에서 자라고 있는 녀석들은 성장 속도와 크기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각 기관에 관한 몇 가지 실험  



#닮은 듯 서로 다른 양귀비꽃들의 생태환경


이 같은 실험 결과 등을 다른 식물들에 적용해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녀석들이 자칫 줄기를 한 뼘 정도만 선로 곁으로 내밀거나 고개를 쳐들어도 싹둑 잘릴 게 분명했지만, 녀석들은 기막히게도 기차의 높낮이는 물론 선로에서 들려오는 기차의 바퀴음까지 듣고 있었다고나 할까. 이 같은 결과는 역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에서 다시 확인될 수 있었다. 무시로 운행되는 기차의 동체로부터 멀어진 안전한 장소에서는 선로 주변에서 봤던 녀석들의 모습과 전혀 다른 자유로운 모습들. 아래 자료사진을 살펴보면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꼴로르노 역을 운행하는 기차는 선로 하나에 의지하여 운행된다. 따라서 지금은 운행되지 않는 또 다른 선로가 폐쇄되자 한 무리로 피어난 양귀비꽃들이 선로 밖 혹은 주변에서 자라던 녀석들의 크기만큼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로 내부에서 자라는 풀들까지 선로 높이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고 신기할 다름이다. 우리가 기차의 동체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녀석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녀석들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아저씨..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능력이 전부라고 믿는 바보들 같아요. 시력 2.0, 가청주파수 16~20,000Hz, 지능지수 혹은 감성지수가 뛰어나고 후각 능력이 1조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고마워요. 우리에게 관심을 쏟아주어서요..! ^^ "


영상은 포스트에 다 싣지 못한 사진자료가 포함돼 있다. 크기를 확장해서 글과 대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전편 양귀비꽃과 기찻길 첫눈에 화들짝 반해버린 아스라한 풍경에 실었던 영상


Plants respond to leaf vibrations caused by insect herbivore chewing
식물이 어떻게 시간을 인지하는가, 생체시계의 비밀
식물의 감각 - 식물 지각 번역학
식물의 사고력, 감각과 정서, 초감각적 지각의 세계를 밝힘
사람의 귀처럼 식물도 귀가 있을까?  
상상 뛰어넘는 인간의 후각 어디까지 일까?


Papaver somniferum e Ferrovia
La stazione di Colorno PARM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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