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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30. 2020

진짜 보다 더 아름다운 가짜 후추

-후추 맛과 나의 맛

식물에도 가짜가 있을까..?!!



   서기 2012년 3월 7일 오전 8시경, 하니와 나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del Chile)에서 세로 산 끄리스토발(Cerro San Cristóbal) 언덕으로 아침 산책을 떠났다. 기나긴 파타고니아 여행을 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물 때의 일이다. 이날은 한국에서 온 외대 서반아어과 출신 최 모군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최 모군을 알게 된 건 산티아고에서 한국인이 모여사는 빠뜨로나또(Patronato)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함께 머문 것이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우리는 아예 칠레에서 살기 위해 장기체류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최 모군과 함께 아침 산책을 동행했다. 위 자료사진 중에 어슴프레 보이는 두 사람 중에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최 모군이고, 그 곁에 하니가 동행하며 산 끄리스토발 언덕으로 향하고 있는 것. 이날 아침 촬영된 사진의 초점은 후추나무의 열매였다. 



이때만 해도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이었으므로 우리가 애용하는 후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때였다. 후추는 나무에 열리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땅에 떨어진 후추를 주워 냄새를 맡아보니 후추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오가며 후추나무 밑에 떨어진 후추를 주워 민박집으로 가지고 온 후 깨끗이 물에 씻어 말렸다. 그리고 바싹 마른 후추를 삼겹살에 비벼 넣으니 잡냄새를 제거할 정도로 후추 맛이 강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나무의 정체를 알고 보니 가짜 후추(Schinus molle)였다. 소량의 독성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자료를 살펴보니 열매의 붉은색이 후추를 닮아 뻬뻬 로싸 혹은 퐐소 뻬뻬(pepe rosa o falso pepe)라고 불렀다. 이 나무는 남미의 볼리비아, 페루, 칠레가 원산지였다. 나무가 다 자라면 5~7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날 우리가 만난 후추나무는 이 보다 훨씬 더 큰 고목이었으며 연초록색으로부터 붉은색까지 다양한 색깔로 이방인을 유혹하고 있는 아름다운 나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후추는 후추 또는 호초(胡椒)로 불렀다. 또 후추는 후추과의 덩굴 식물로 열매를 양념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다 안다. 인도 남부의 말라바(Malabar) 해안이 원산지로 포르투갈의 봐스꼬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인도 탐험에 나서게 한 향신료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후추를 '검은 황금'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력적이자 매혹적인 식재료였으며, 유럽인들이 약탈한 대표적 향신료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와 기방의 기부(妓夫)들이 현찰 대신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매우 귀한 식재료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세계의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양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만난 가짜 후추나무


그런데.. 지난주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in Puglia)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가짜 후추나무를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가짜 후추나무가 가로수로 길게 심어져 있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다. 



이름은 가짜인지 모르겠다만 먹지 못하면 다 가짠가.. 내게 가짜 후추나무는 관상용으로 오래된 추억을 일깨워주는 식물이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입에 넣고 맛을 봐야 진짜배기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가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눈으로만 봐도 아름다운 진짜배기가 내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른바 가짜 후추나무는 이랬다.



어떤가.. 산티아고에서 만난 후추나무와 비교가 되시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나무인데 이곳 이탈리아 남부에서 자라는 후추나무는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고 산티아고에서 자라는 나무는 안데스의 기운을 받고 자라는 점이 서로 다르다. 다만, 일교차가 더 큰 안데스의 기운을 받고 자란 나무가 보다 역동적이었다. 그러나 나무줄기와 꽃과 열매는 대동소이했다. 



우리는 가끔씩 진짜와 가짜.. 즉 진품과 짝퉁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떨 땐 짝퉁이 진품보다 더 낫게 보이기도 하는 것.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품에도 등식은 적용된다. 예컨대 진품의 가격이 1천만 원을 홋가하는 명품이 짝퉁 시장에서는 100만 원 혹은 10만 원에 거래되는 것. 이때 중요한 건 브랜드이다.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만난 페라가모(Museo Salvatore Ferragamo) 명품은 보통사람들이 눈으로 식별하기 조차 힘들다. 



본사가 버젓이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곁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근처에서 짝퉁이 팔려나가는 것. 그런데 짝퉁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진품을 사지 못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누군가 짝퉁을 구매하여 본국으로 돌아가면 "피렌체서 샀노라"며 자랑할 게 아닌가. 페라가모 입장에서는 억울함 이상의 분통이 터지겠지만, 세상일은 반드시 진품과 짝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 눈여겨볼 일이다. 또 세상에는 진짜를 가장한 가짜가 얼마나 많은가.. 



그 후..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세상을 바라보니 후추의 쓰임새만큼 인간 세상에 중요한 양념 같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후추가 반드시 들어가야 맛 좋은 요리가 완성되는 것처럼 세상에는 각자의 쓰임새가 따로 존재하는 것. 별 볼일 없는 것처럼 여기던 사람들도 각자의 달란트에 따라 귀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후추나무가 후추의 본래 맛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후추나무만으로 아름다운 멋으로 가로수로 쓰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음식을 입에 넣어야 진품이라 여기는 건 유아들도 다 안다. 다 알더라. 우리 동네에서 만난 후추나무 때문에 진짜 보다  더 이름다운 가짜 후추를 돌아봤다. 나는 어떤 맛을 내는 사람인가..?!!


Pepe finto più bello del vero_falso pepe
il 29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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