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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2. 2020

소름 돋고 재밌었던 두 사건

-화실에서 일어난 이해 못할 일들(상편)

납량특집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직접 겪은 사실이다!! 


   서기 2020년 7월 29일과 7월 31일 두 차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위치한 루이지 라노떼의 화실(Studio_Luigi Lanotte)에서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두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다. 초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실이자 내 앞에 나타난 소름 돋는 사건이었다. 앞에 언급된 두 날짜는 하니가 일주일에 두 차례 그림 수업을 하는 날로, 그림 선생님 루이지 화실로 가는 날이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첫 번째 사건은 휴대폰의 공간 이동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물컵의 공간이동이었다. 예컨대 이곳에 있었던 휴대폰이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저쪽으로 이동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기록하는 시점은 2020년 팔월 초하루로 몸씨도 더운 날이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만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이 다가오면 납량특집을 통해 각 방송사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각색해 들려주거나 영상으로 만들어 방송했다. 


오래전에는 라디오 프로그램 <전설 따라 삼천리>에 무시무시하고 황당한 소름 돋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간접 피서를 즐긴 때도 있었다. 그중에 단연코 으뜸이었던 사건은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달밤에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요즘 생각하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보다 더 웃긴 이야기이다, 그러나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여름밤 이불속에서 숨 죽이고 듣던 무시무시한 소름 돋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전설 따라 삼천리는 납량특집 등 공포와 호러영화의 등장으로 점점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내 앞에서 일어난 차마 믿기지 않는 사건은 누가 연출한 것도 아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같거니 비슷한 사건들은 하니의 화실에서 일어난 서건이며 직간접 목격자는 루이지와 하니 그리고 나까지 포함해 세 사람이 전부이다. 믿거나 말거나.. 소름 돋고 재밌는 두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가 본다. 


자료 사진은 루이지의 화실 테라스 난간 아래 하와이 무궁화꽃으로 불리는 히비스커스(Ibisco rosa della Cina)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촬영 2020. 7. 24)



첫 번째 사건, 휴대폰이 사라졌다


2020년 7월 29일 금요일에 일어난 첫 번째 시간 현장은 루이지의 화실 바깥 테라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보존(?) 하기 위해 현장 사진 몇 장을 남겼다. 그러나 이 사진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당시의 사건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데는 도움이 될 걸로 생각해 기록을 남겼다. 


먼저 하니의 화실 풍경을 설명해야겠다. 하니는 어느덧 목탄으로 그리는 소묘의 네 번째 단계를 통과하여 다섯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 화실은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캔버스 주변으로 소품들과 작품들이 널려있다. 보통의 화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화실 바로 곁에 세 계단에 있는 문 옆에 주방이 있고 주방에는 식탁과 소파가 함께 있다. 


하니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우리는 수업 시작 전에 식탁에 둘러앉아 루이지가 끓여내는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은 나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되므로 잠시 쉬었다가 수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주방과 이어져 있는 바깥의 테라스에서 화분에 물을 주거니 바깥 날씨를 살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테라스에는 아드리아 해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며, 고개를 들면 파아란 하늘이 시선을 편하게 하는 곳이다. 


매주 두 차례 하니와 함께 루이지의 화실로 가는 길.. 사진은 바를레타의 역사적인 장소 깐띠나 델라 스퓌다(Cantina della Sfida) 앞 아침 풍경이다. 도로는 검은 대리석으로 포장된 진귀한 장소이다.


화실이 위치한 곳은 바를레타의 역사지구(Centro storico)이며 바다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이날 나는 커피를 나누어 마신 후에 잠시 바깥으로 나가 휴대폰을 볕에 말리고 있었다. 휴대폰에 습기가 감지되었다는 신호에 따라 휴대폰을 볕에 말리고 싶었던 것이다. 


내 휴대폰에는 목에 걸 수 있는 탄력 있는 고무줄이 매달려 있었다. 혹시라도 바닷가에서 산책을 할 때 휴대폰이 물에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끈을 묶어둔 것이다. 그게 어느덧 습관이 되어 휴대폰에는 늘 목줄이 따라다녔다. 따라서 이날 휴대폰을 볕에 말릴 때 목줄을 테라스에 세워둔 파이프에 한 번 감아 묶어 두었다. 혹시라도 실수로 아래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이때 하니는 목탄 심을 갈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곧 루이지로부터 "수업을 시작하자"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부터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은 소묘 4단계 수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으므로, 마지막 단계의 부족한 부분은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한편 루이지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니가 소묘 4단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독자분들은 아실 테지만) 이런 과정을 기록해 놓고 여러분들과 공유를 한 사실이 있었다. 그래서 이날도 기록을 위해 잠시 바깥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이 필요해 가지러 갔다. 따라서 급히 휴대폰을 묶어 놓은 자리로 이동했다. 그런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쇠파이프 기둥 옆에 있어야 할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맨 먼저 휴대폰이 아래층으로 떨어졌나 확인을 했다.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귀신 곡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급히 루이지를 불러 테라스로 소환했다. 나는 루이지에게 "루이지, 이곳에 놓아둔 휴대폰을 보지 못했느냐"라고 말했다. 루이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한 일이다. 루이지는 내 휴대폰이 테라스에 놓아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화분 옆 구석과 아래층을 번갈아 가며 휴대폰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였다. 루이지가 "짱(나를 그렇게 부른다)"하고 나를 부르며 등 뒤를 손짓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 주방 바로 앞 테라스에 묶어둔 휴대폰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 테라스의 쇠파이프에 조용히 묶여 있는 것이다. 반가웠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휴대폰을 되찾은 사실만으로 반가웠던 것이다. 


집에서 당시 사건을 재현해 본 장면이다. 휴대폰의 목줄을 쇠파이프에 이렇게 결박해 두었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이 왜 저쪽에 묶여있었을까.. 루이지는 날더러 "장난이죠?"라며 웃어 보였다. 나는 장난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휴대폰이 그쪽에 위치해 있으면 안 되는 사실을 설명했다. 최초에 내가 쇠파이프에 묶어둔 휴대폰의 위치는 볕이 쨍쨍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 등으로 공간이동을 한 휴대폰의 위치에는 그늘진 곳이었다. 내가 휴대폰의 습기를 말리려고 땡볕 아래 둔 휴대폰이었으므로, 휴대폰이 그늘에 가(?) 있으면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그제야 루이지는 이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사실이라면 누구의 짓일까.. 생각하며 루이지는 즉시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만약 화실에 세 사람 외에 또 다른 사람의 침입(?)이 있었다면 침입자가 숨을 곳은 옥상뿐이었다. 그러나 옥상의 출입구는 화실 옆의 계단이 전부였으므로 제삼자가 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루이지는 계단을 올라 두 군데의 옥상을 번갈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아무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초 기이한 일이 발생한 테라스의 난간 풍경.. 덩굴식물이 지탱하기 위한 쇠파이프를 세운 자리.


이때부터 "누구의 짓일까"하는 의문으로 여러 가지 상황 설정을 해 봤다. 고양이 짓일까.. 고양이는 휴대폰을 물고 도망갈 수는 있을지언정 쇠파이프에 묶인 매듭을 풀지 못한다. 루이지는 다시금 나를 의심했다. 내가 일부러 재밌게 하려고 그랬을 것이라는 것.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별의별 상상을 다 동원하며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말하다가 다시 신기해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때 루이지가 하늘을 가리키며 지난주에 일어났던 "성자가 오신 일"을 말하며 컥컥거리며 웃었다. (기억하시는가..) 지난주 주방 위 옥상 위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의 잎을 성자로 여긴 재밌는 사건이 있었다. 잎에 반사된 빛이 어느 성자의 모습을 닮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자가 행한 일이라며 성스러운 일이자 성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화실이라며 좋아했다. 


꿈 보다 해몽이라더니.. 전화기를 공간 이동시킨 게 성스러운 일이라고?.. 그게 성자가 한 일이라고?.. 성자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성자가 그랬다면 왜 그랬을까.. 까지 반문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우리는 켁켁거리며 얼마나 좋아했는지 루이지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악령이 행한 짓 보다 성스러운 일에 초점을 맞추니 적당한 해명이 필요했다. 


위 지료 사진은 기이한 사건 직후 루이지의 전화기를 내 전화기 위치에 올려두고 현장을 재현했다. 자료사진의 화분은 본래 위치를 이탈해 난간에 올라가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전화기가 발견된 곳은 그늘진 장소였다.


성자는 하필이면 왜 이곳에서 장난(?)을 쳤을까.. 만에 하나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장난을 친 게 맞다면 당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을 것일까.. 극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 성스러운 기운 혹은 성자 운운하면 사람들은 광신도 운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 혹은 떡검들처럼 인간들이 지극히 똑똑해진 사악함을 보면 성자의 반격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에 성자까지 동원했으므로 하늘이 보시기에 얼마나 기특한 일일까.. 


루이지와 나는 켁켁거림을 이어갔다. 이때 조용히 화실 안에서 소묘를 하던 하니가 무슨 일인가 하고 빼꼼히 테라스 쪽의 우리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며 우리를 향해 연유를 물은 것이다. 설명을 다 들은 하니는 "말도 안 돼"라며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이때였다. 잠시 테라스로 나갔던 루이지가 곧바로 나를 부르며 전화기가 발견된 지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짱이 화분을 옮겼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조금 전 전화기가 있던 자리에 빈 화분이 올라가 있었다. 그 사이 누군가 비닐봉지에 포장된 빈 화분을 올려둔 것이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루이지의 표정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런 잠시 후 '이건 그저 우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착각한 일일 거라고 무마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공간은 그저 성스러운 공간이려니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소름 돋는 일은 그로부터 이틀 후 금요일(24일)에 다시 일어났다. 그날 아침 우리 세 사람은 매우 흥분해 있었다. 어째 이런 일이.. 라면서 말이다. 그 장면은 다음 편에 소개해 드린다. 세상에 별일 다 있다.


* 아래 영상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하니의 그림 수업 최종 점검을 담은 영상이다.

Due eventi che sono stati inquietanti e divertenti
il Primo Agost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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