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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2. 2020

이탈리아, 해 질 녘 아드리아해

-바를레타의 명물(Il Trabucco di Barletta)과 연가

나만의 연가(戀歌)..!!



   서기 2020년 7월 29일 해 질 녘, 바를레타의 방파제로 하니와 함께 저녁 산책을 나가다.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자 검은 고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바라본다. 녀석은 왜 이곳에서 서성거리는 걸까.. (찰칵!!)



지난해 8월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길 당시 하니는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상태였다. 우리에게 도래할 후반전 혹은 연장전을 위해 몸을 추스르고 한국의 생활을 대부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모험이나 다름없는 일을 시도하고 있었다. 청춘도 쉽지 않은 일을 안청춘(?)이 죽기 살기로 몰아붙이며 이탈리아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한 것이다. 


바를레타의 명물로 자리잡은 일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Il Trabucco di Barletta)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우리의 시도는 적중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지만 모두 물리치고 마침내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에 거처를 옮겼다는 건 우리 독자님들이 다 아시는 사실이다.) 하니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며 하니의 무사귀환을 염원하고 있었다. 사실상 늦깎이 이민이었다. 



주변의 지인 중 한 분은 우리의 결심을 즈음이 만류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자 상당한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법이라고 했다. 당신이 말한 염려는 작은 초목을 옮겨 심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고목을 옮겨 심을 때는 문제가 따르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우리는 후자의 경우로 지인의 염려에 대한 대비를 하는 일 밖에 없었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 살자면 그 나라의 문화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므로 언어 공부를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는 다른 외국어보다 제2의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 일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6년 전에 시작한 일이자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 이탈리아어 공부가 시작됐다. 



그러나 시작은 그야말로 미약했다. 서울 강남 교대의 한 어학원에 등록한 이후 대략 6개월간 이어진 수업이 거의 전부였고 그 마저도 3~4개월의 시간 동안 문법 공부와 병행해 단어를 외우기 시작한 게 대부분이었다. 우리말에 '맨땅에 머리박기'와 다름없는 일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한 무리였다. 안청춘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때부터 시쳇말로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청춘은 무리에 무리수를 두다 보니 매일 코피를 쏟아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나니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나 줄었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배가 부르면.. 배가 불러오면 두뇌의 작동이 매우 느리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하루에 30개에서 50개의 새로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말하고 듣고.. 잠을 잘 때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이 들었다. 



하루 종일 입에서 이탈리아어가 이어지고 있었고 귀는 이탈리아어로 돈 단편 소설과 요리강좌를 듣고 있었다. 이런 과정은 디플로마를 손에 쥘 때까지 계속됐으며 이탈리아행 비자를 손에 거머쥘 때까지 이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피렌체의 한 어학당에서 다시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뿌리를 확실히 내리기 위함이었으며, 최소한 60년 동안 살아본 재미없는 우리나라로부터 탈출해 보고자 한 노력이었다.





 서기 2020년 7월 29일 해 질 녘, 우리 집에서 가까운 바를레타의 방파제로 하니와 함께 저녁 산책을 나갔다. 도시가 태양에 절었고 바람 조차 불지 않아 바다로 나가면 시원할 것이란 생각에 바다로 나간 것이다. 그런데 이닐 하필이면 바다까지 잠잠했다. 오래된 작은 도시 한가운데보다 조금은 나았지만 아드리아해는 졸고 자빠졌다. 그러나 하니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기 전 바다는 졸고 자빠질 시간 조차 없었다. 이랬지..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 연가(戀歌)는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애창한 뉴질랜드의 노래로 두 연인의 사랑(포카레카레 아나_Pokarekae ana)을 노래했다. 우리가 아는 노랫말과 다른 원곡이지만 사랑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렇게..



Pokarekare Ana

Hayley Westenra


Le acque di Waiapu sono turbolente
Pōkarekare ana, ngā wai o Waiapu

Incroci, calmi.
Whiti atu koe hine, marino ana e.


Per favore ritorna
E hine e, hoki mai ra

Morirò innamorato e.
Ka mate ahau i te aroha e.


Scrivimi una lettera, mandami il mio anello
Tuhituhi taku reta, tuku atu taku rīngi

Fai vedere alla tua gente, guai e.
Kia kite tō iwi, raru raru ana e.


Per favore ritorna
E hine e, hoki mai ra

Morirò innamorato e.
Ka mate ahau i te aroha e.


L'amore non si secca al sole
E kore te aroha, e maroke i te rā

Le mie lacrime sono ancora bagnate.
Mākūkū tonu i aku roimata e.


Per favore ritorna
E hine e, hoki mai ra

Morirò innamorato e.
Ka mate ahau i te aroha e.


La mia penna è rotta, i miei documenti sono spariti
Whati whati taku pene, kua pau aku pepa

Amore mio, aspetta.
Ko taku aroha, mau tonu ana e.


Per favore ritorna
E hine e, hoki mai ra

Morirò innamorato e
Ka mate ahau i te aroha e




지금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하니가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돌아오기 전까지 바다는 사나웠다. 성깔이 대단했다. 그야말로 비바람이 치던 바다였다. 그 바닷가를 서성이며 하니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것이다. 그동안 바를레타 외항 방파제에 바를레타의 명물 일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Il Trabucco di Barletta)가 원형을 회복했다. 방파제 위에 설치된 뜨라부꼬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재래식 고기잡이 방법으로 바다를 향해 (긴 팔처럼) 통나무를 연장하고 두 개의 통나무에 줄을 연결한 다음 그물을 내려놓았다가 고기를 잡아 올리는 방식이다. 



바를레타 시 당국(시장: 꼬시모 깐니또 Cosimo Cannito)이 이탈리아 남부 항만 시스템 (회장:우고 빠뜨로니 그립피 Ugo Patroni Griffi )과 양해 각서를 주고받은 후 마침내 공사를 끝낸 것이다. 방파제의 밋밋했던 풍경이 졸지에 되살아 났다. 우리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그동안 이곳을 들락거리며 연가를 가슴속에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하니와 함께 저녁나절 방파제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저 바다 너머로 붉은 기운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의 눈시울을 보는 듯하다. 했다. 그 바다가..!


il Tramonto della Citta' di Barletta con Mia moglie
il 02 Agost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바를레타의 명물 일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Il Trabucco di Barletta)


*아래는 참고로 바를레타 현지 방송에서 다룬 일 뜨라부꼬의 소식이다.

l presidente dell'Autorità di Sistema Portuale del Mare Adriatico Meridionale, Ugo Patroni Griffi, e il sindaco di Barletta, Cosimo Cannito, hanno sottoscritto questa mattina un protocollo d'intesa "Molo di Levante" che ha l'obiettivo di avviare una serie azioni finalizzate al completamento della ristrutturazione dell’antico trabucco e del Molo di Levante che conduce alla storica e simbolica strut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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