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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3. 2020

식탁 위의 컵이 사라졌다

-화실에서 일어난 이해 못할 일들(하편)

누구의 장난인가 아니면 마법의 세상에 빠져든 것일까..?!!



   서기 2020년 7월 31일 오전 09시부터 정오까지 일어난 이상한 일들.. 장소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위치한 한 아티스트의 화실(Studio_LUIGI LANOTTE)이며 하니가 그림 수업을 하는 곳이다. 화실은 최소한 500년은 더 된 이 도시의 역사지구(Disfida di Barletta)의 주택가이며, 근처에 오래된 성당들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1주일에 두 차례, 수요일과 금요일에 화실로 가는 날이다.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이어지며, 그동안 대략 두 차례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첫 번째 시간은 우리가 막 화실에 도착한 직후 이런저런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나눈다. 커피는 주로 하니의 그림 선생님이 준비를 하며 두 번째 휴식 시간에도 루이지가 준비를 한다. 



첫 번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때 하니는 커피가 아니고 주로 차를 마시게 된다.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으므로, 하니에 대한 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맨 처음 화실로 들어설 때 만나는 장소는 화실과 이어진 주방인데 그곳은 화실 보다 세 계단이 낮은 위치이다. 


화실에서 주방으로 내려서면 커다란 나무 식탁이 있고 그 위에 과일이나 빵 조각 등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그 곁에 주방 기구가 있는 것이다. 주방은 우리가 아는 보통 수준의 집기들이 놓여있고 구석진 곳에 냉장고가 있다. 화실을 나서 식탁 옆으로 직진을 하면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그곳이 나의 자리이며 의자에 앉으면 방금 떠나온 화실이 바로 보인다. 



그리고 등 뒤로 작은 테이블 위에 테렐비젼이 놓여있는데 그 앞에 소파가 길게 누워있다. 그 곳은 하니의 자리이며 나의 오른쪽이자 화실에서 보면 왼쪽에 해당한다. 아침에 화실에 도착하는 즉시 인사를 나눈 후 나는 내 자리에 앉아 가스렌지에서 에스쁘레소(마끼나 커피_Macchina per Caff')를 준비하는 루이지를 보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때 나의 위치는 테라스로 향하는 문을 등지고 있고 텔레비젼 또한 나의 등 뒷편 오른쪽으로 위치해 있다. 주지하다시피 에스쁘레소를 담는 잔은 작은 '세라믹 잔'으로 이곳에서는 따짜(Tazza)라 부른다. 그곳에 한 모금에 해당하는 커피가 담긴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차를 담는 컵을 따짜 다 떼(Tazza da tè)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통은 차를 마실 때 굳이 따짜 다 떼에 차를 우려 마시지 않고 머그컵이라 부르는 무그(Mug)에 차를 따라 마신다. 링크를 열어보시면 단박에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생수를 좋아하는 나는 루이지와 하니와 달리 커피를 마실 때나 화실에 머무는 동안 주로 무그를 이용해 시원하게 만들어 놓은 물을 즐긴다. 나의 이 같은 습관은 오래된 것으로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초등학교(국민학교)에 입학 하기도 전에 동무들(친구가 아니라 동무들.. 재밌죠 ^^)과 집에서 가까운 산골짜기에서 생수의 맛을 알게 됐다. 


냉장고도 흔치않을 때 골짜기의 물은 막 냉장고에서 꺼낸 물처럼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 물을 고사리 손에 받아 입에 넣으면 온 몸이 단박에 시원해지는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통해 주야장천 비가 오나 눈이 오시나 바람이 불거나 냉수를 마셔야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오늘 끼적거리는 기이한 현상 <식탁 위에 컵이 사라졌다>는 제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세가지 유형의 컵과 생수를 소환해 놓고 본론으로 향하는 것이다. 



식탁 위에 컵이 사라졌다


여기까지 스크롤바 혹은 손가락으로 휴대폰 액정으로 화면을 밀고 내리신 분들은 본문에 등장한 사진을 보셨을 것이다. 파란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하늘은 이곳까지 이어져 비가 오시는 어둠침침한 날이 아니면 대체로 하늘빛은 이러하다. 이런 걸 우리는 '벌건 대낮' 혹은 '백주'라고 말한다. 화실에서 직진하여 테라스로 나가면 볼 수 있고 식탁 앞 내자리에 앉으면 등 뒤에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벌건 대낮에 일어난 차마 믿기지 않은 사건이었다. 



이하 이어지는 석장의 풍경은 바를레타 시내의 오래된 주택으로 사람이 사는 곳과 살지않는 곳의 차이가 도드라진 풍경으로 글을 읽는 분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어떤 현상을 눈 앞에 두고도 생각에 따라 천차별만차별 동상이몽을 만드니 말이다. 첫 편 <소름 돋고 재밌었던 두 사건>에서 이웃 브런치의 한 분 베로니카의 참견 님은 댓글에 이렇게 표현했다.


저희 성당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를 혼자만 보시는 자매님이 계십니다. ㅋㅋㅋ
그렇게 오래된 도시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을 수 있잖아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진 않길~~^^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테라스에 놓인 화초들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이 살고있는 집과 살고있지 않는 집 혹은 사람이 살고있어도 식물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집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보여 이곳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가는 길이 찍어둔 사진이다. 어쩌면 불필요해 보이는 이 설명은 이웃 브런치의 염려 때문에 사진첩에서 옮겨왔다. 사람이 식물 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소통을 마다하여 불통으로 생긴 결과라고나 할까. 



연구 결과 등에 따르면 사람들이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면 성장이 빠르거나 대화의 내용에 반응한다는 것. 저주를 하면 죽게 되고 사랑하면 생기발랄하게 된다는.. 쉽게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대상을 이롭게 또는 해롭게 할 수 있을 지언정 이른바 귀신 혹은 악령은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해 두고 사진을 실어두었으므로, 기이한 현상이 사람을 헤치는 일이 없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된다. 참고 하시기 바란다. 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 7월 말.. 이날 일어난 도무지 믿기지 않은 사건은 이러했다. 



하니의 그림 수업은 어느덧 5단계에 돌입했다. 루이지가 잠시 피렌체를 다녀온 후에 다시 시작한 소묘는 지금까지 배워온 과정 보다 조금은 어려운 단계였다. 소묘 5단계는 4단계까지 그려왔던 과정을 토대로 실물(정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연필과 목탄에 이어 붓에 이르는 과정에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이날 루이지의 수업은 보다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늘 그리기 전에 생각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등에 대해 따져보라고 했다. 하니는 그의 그런 충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그가 그림을 하니가 좋아한 것이다.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생략하고 빛과 그림자만 이용해 대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날 루이지의 설명이 끝난 후 하니는 화실에 남아 수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루이지는 나의 왼편에서 하니를 위해 차를 끓이고 우리를 위해 다시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 자리에 앉아 냉수를 야금야금 축내고 있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하니를 위해 끓인 차가 완성된 직후 하니를 불렀다. 하니는 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없이 루이지가 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때였다. 루이지가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짱~물컵을 어디에 두었어요?"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식탁 위에 있던 물컵(무그)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루이지는 이미 컵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나의 등 뒤 텔레비젼을 둔 작은 테이블 위에 물컵이 있었다. 그곳에는 컵이 올라가서는 안 될 자리이자, 그의 엄마 스텔라의 꼼꼼한 성격을 보고 자란 그는 집 안에 먼지 한톨 용서(?)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때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내 앞에 있었던 물컵을 누가 나의 등 뒤로 옮겼단 말인가. 컵은 앉은 자리에서 손을 뒤로 뻗쳐 잡을 수 없는 곳에 놓여져 있었다. 이때 내가 "누가 컵을 이곳에 옮겨다 두었지?"라고 말했다. 화제는 컵으로 옮아갔다. 하니와 루이지는 컵이 놓여진 자리를 보며 이틀 전 휴대폰이 사라진 사건을 떠올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차마 믿기지 않는 일이 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이런 현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성자가 오신 날'부터 '휴대폰이 사라진 사건'은 물론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겪었던 기이한 현상까지 총 동원됐다. 하니는 루이지에게 파타고니아에서 일어난 기적을 말해주라고 다그쳤다. 


따라서 나는 루이지에게 파타고니아에서 한 달 동안 허리 고통을 겪다가 기적적으로 낫게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식탁을 앞에 두고 켁켁 거리거나 소름돋는 표정을 이어나갔다.  이때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한 그야말로 부지불식간에 차마 믿기지 않는 일이 다시 일어났다. 내 앞에 있던 컵이 바뀐 것이다. 루이지와 나는 눈이 휘동그레졌다. 더 큰 놀라운 일이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는 "무서워!"라며 소리를 질렀다. 


위 자료사진 십자가를 들고있는 동상의 이름은 바를레타의 거인(Colosso di Barletta)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이곳 시민들은 바를레타의 심볼이자 상징이라 부른다. 높이 4.5미터로 청동으로 만든 동상은 5세기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439년 발렌띠나아노 3세로부터 라벤나까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래 두 다리는 원형이 사라져 새로 주조한 것이다. 이곳 전설에 따르면 이 거인의 다리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하여 두 다리는 늘 반들거린다. 액운을 물리치는 동상으로 여기는 것. 또 이곳 사람들은 이 동상을 에라끌리오(Eraclio _Arè nel dialetto locale)라 부르며 현지 방언으로 아레라 부르기도 한다. 바를레타 중심에 위치해 있고 루이지의 화실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이다.


나는 그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앞에 놓인 컵의 본래 위치를 찾아 수납장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수납장 문을 열어보니 수납장에는 사용하지 않은 똑같은 컵이 여럿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그 컵들 중 하나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컵을 들여다 보니 빈 컵이었다. 루이지와 하니는 물론 우리들의 표정은 놀라움 이상으로 굳어있었다. 


이때 놀라운 일을 다시 목격하게 됐다. 조금 전까지 내 앞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컵이 수납장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루이지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시선 위에 있는 컵을 발견한 것이다. 맘마미아!! 귀신 곡할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같은 증언을 말하면 다시금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여길 것이다. 벌건 대낮에 일어나고 있는 차마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 



우리가 아는 마법사들에 따르면 동양의 마법사들은 도사, 주술사, 무당, 요술사 등으로 나뉘고 서양에서도 마법사를 인챈터(Enchanter), 스펠캐스터(Spellcaster), 위저드(Wizard) 등으로 다양하게 나눈다. 마법사의 등장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더니 그게 실제한다면 대~에박!일까.. 아니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알 수 없는 4차원의 생생한 현상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단테의 <신곡>은 물론 바이블의 기록은 너무 초라할 것이다. 


이날 우리를 놀라게 한 백미(?)는 수납장 꼭대기에 놓인 물컵이었다. 물컵이 놓인 자리는 루이지나 내가 까치발로 곧추서도 반뼘은 더 높은 곳에 올려져 있었다. 루이지가 겨우 손을 뻗어 컵을 내려놓았는데 그 속에는 조금 전에 내가 마시던 찬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함께 탁자 앞에 앉아 차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일어난 사건은 성자가 우릴 놀려주려고 한 일"이라고 말하며 컵의 물을 마저 마셨다. 물은 여전히 시원했다. 그리고 "성자의 입술이 컵에서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더니 켁켁거리며 좋아죽는다. 그러면서 하니는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냐"며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이게 이날 우리가 겪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기상천외한 일들이었다. 


다음 주 다시 하니의 그림 수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때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 일어닌 사건들은 테라스에 있던 다육이와 히비스커스는 물론 바실리코와 띠모 등이 모두 목격하거나 듣고 있었을 것. 끝.


* 아래 첨부 영상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실의 마녀(Le 5 streghe reali più famose della storia)가 담겨져있다. 내용은 몰라도 그림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잠못이루는 당신을 위하여..^^ 

Due eventi che sono stati inquietanti e divertenti
il 02 Agost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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