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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디자인 Apr 19. 2020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다룬 <문화대혁명> 책 표지 디자인

『문화대혁명』 (영남대학교출판부, 2017)

지도교수님께서 책 표지 디자인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문화대혁명』(야부키 스스무 저, 손승회 역)이라는 책을 교수님께 조언받으며 함께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과제와 졸업작품으로 책을 만들어보긴 했지만 일반 서점에서 팔리는 책 디자인은 처음이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고 200페이지짜리 원고 파일을 전달받았다.


‘문화 대혁명’은 1966년부터 약 10년간 지속되었던 중국의 사건이다. 당시 주석은 마오쩌둥. 문화적으로 큰 변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문화대숙청’에 가까운 사회·문화·정치상의 소란이다. 학술서가 불탔고, 지식인이 숙청되었던 전혀 유쾌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저자 야부키 스스무는 문화 대혁명의 전개과정과 핵심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점을 담담히 서술했다. 


표지에서 어떤 표정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되었다. 중국인 유학생에게 문화 대혁명은 중국 국민에게 어떤 사건이냐고 물었더니 “중국의 문화를 퇴보시킨 사건”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아이코닉한 이미지가 있을까, 힌트를 얻기 위해 ‘문화 대혁명’, 文化大革命을 각각 구글링 해보았다. (작업 당시 검색창 캡처 화면이 없어, 다시 검색해보았다. 아래 이미지는 2020년 4월 기준.)

"文化大革命" 검색 결과


"문화대혁명" 검색 결과


그중 이 이미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사진 속 빨간 서적은 <마오쩌둥 어록>이라고 한다. 당시 국민들에게도 비난을 받았던 사건인데 이렇게 많은 인파가 마오쩌둥 어록을 들고 문화 대혁명을 지지하는 모습이라니. 구글링 결과 중에서도 이런 사진들이 제법 보였다.


중국 유학생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 당시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는 것이다. 

붉은색 깃발을 들고, 마오쩌둥 어록을 든 손을 하늘 높이 뻗고, 엄청난 인파가 큰 소리로 어록을 낭독하는 모습, 그리고 마오쩌둥이 신격화된 듯한 포스터에서 어떠한 광기가 느껴졌다.


붉은색, 깃발, 마오쩌둥 어록, 홍위병(문화 대혁명 당시 조직된 극좌 대중운동의 구성원)으로 키워드를 추릴 수 있었다.


기존 문화 대혁명 관련 도서 표지

당시 국내에서 출간, 유통되었던 <문화대혁명> 관련 도서의 표지는 대부분 사진, 당시 포스터 혹은 그냥 텍스트로 표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소 무겁고 (일반 대중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보였다. 차별성 있는 디자인을 위해, 위 이미지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참고하여 플랫한 일러스트를 그렸다.


시안 A
시안 B

(파일 정리를 잘해두지 않아 시안 B의 상태가..) 리서치 이미지와 이 두 가지 시안을 교수님께 보여드렸다. 방향은 괜찮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뻗고 있는 빽빽한 이미지가 더 좋을 거라 조언해주셨다. 그리고 <문화대혁명> 제목은 당시 포스터와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중국어(한자)의 느낌으로 레터링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참고자료는 구글링 결과와 베이징의 798 예술거리 이미지, 한글 복고 서체 정도.


레터링을 시도해보았으나… It was outside of my area of expertise. 이미지를 첨부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여러 각도의 책과 손 이미지를 참고하여 이미지 소스를 만들었다. 이 과정은 타블렛과 포토샵을 사용했다.

이들을 조합하고 겹쳐쌓아 밀물 같은 군중을 표현했다. 

마치 벽을 넘으려 서로를 짓밟으며 겹겹이 쌓여가는 좀비…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맹목, 광기, (저들만의) 군중심리가 느껴지면서도 비교적 담담한 내용의 어조처럼 그림 스타일은 단조롭고 깔끔하게 표현하려 했다.

일러스트가 앞표지와 뒤표지까지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인쇄는 크래프트지에 붉은색, 초록색, 검은색(바코드, 출판사 로고) 3도 인쇄를 진행하기로 하여 마오쩌둥 어록의 노란 글씨를 흰색으로 수정하였다.

표지 날개를 넣고, 제목과 저자 정보, 책 소개, 바코드와 로고를 적용했다. 책등 글자는 세로짜기를 시도했으나 최종 시안에서 가로짜기로 하여 90도 회전했다.


교수님의 컨펌을 거쳐 제목 글자는 ‘격동고딕’과 ‘안상수체’로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격동고딕’서체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저자명은 Sandoll 고딕 Neo1을 사용했다.

무선 제본, 양장 제본 두 버전을 디자인했다. 무선 제본 표지에서 여백을 더해 재편집하여 양장용 표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완성된 책.

사진 ⓒ정재완

판형이 얼추 그림 속 마오쩌둥 어록과 비슷한 것 같다. 인쇄된 실물이 꽤 괜찮았다. 크라프트지에 3도 인쇄한 게 다른 책들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교수님과 출판부 실장님께 많은 조언을 받은 덕분에 서점 매대에서 반응을 기대해볼 만큼 처음치고 괜찮은 작업이었다. 



이후로 나 혼자 영남대출판부 책을 디자인할 기회가 생겼고, 나는…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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