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의 2000년대 - 01
코호트cohort란 특정의 경험(특히 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를 말한다. 출생코호트는 5년 내지 1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할 때 사용된다. 함께 언급되는 개념으로 각 세대별 사회적 성격을 이야기하는 세대론이 있다. 자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950년대생은 ‘베이비붐 세대’, 그 다음 60년대생은 ‘486세대(90년대에는 386이라 불렸다)’, 70년대생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이자 ‘X세대’, 80년대생은 ‘에코세대’와 ‘88만원 세대’, 90년대생은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90년대 초반 태생은 에코세대에 걸쳐있고, 후반 태생은 IMF 베이비이기도 하다.
1994년 1월생인 나의 2000년대 경험은 1990년대 초중반 태생들과 더 많은 부분이 겹쳐 있다. 특히 1993년생.
주변 혹은 미디어에서 1, 2월 출생자를 ‘빠른 생일’이라 하여 이전 연도 출생자와 학창생활을 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출생자까지는 그 전년도 출생자와 함께 입학시키는 관례가 있었다. 이를 ‘빠른 연생(빠른 생일) 제도’라 부른다. 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몇 개월 차이도 체격 차이가 큰 편이라 1, 2월 생인 자녀가 왜소한 체격 때문에 따돌림 받는 게 우려되어, 태어난 연도에 맞추어 입학시키는 부모도 많았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면 나이가 어린 지원자를 채용하기 마련이니 훗날 입시, 취업시장에서 유리한 것을 고려하여, 빠른 연생을 적용하여 입학시키는 부모가 더욱 많은 듯하다.
이 제도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한데, 4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일본의 빠른 생일 제도는 다음해 3월생까지 그 전년도 출생자와 함께 입학한다. 한국, 일본, 대만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는 이 빠른 생일 때문에 멤버들 간 족보가 꼬였다고(!) 한다.
한국은 4~5월의 결혼식, 12월의 크리스마스 베이비가 많아, 1월과 10월에 출생자가 많은 편이다. 일 년은 열 두 달이니 1, 2월 출생자가 드물게 느껴지지만,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빠른 연생 제도는 2003년에 폐지되었다고 하니, 2000년대 초반 출생자까지는 반에서 빠른 생일 학우를 두세 명 이상 만났을 것이다.
내가 모든 빠른 생일자를 대변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나이 한 살 올려 대접받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유머로 흘려들어왔다. 93년생과 함께 진학한 건 그저 부모님의 선택이었고, 굳이 중간에 한 학년을 꿇을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1, 2월생 친구들을 많았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었는데 만 18세라 테이블의 술을 반납했던 건 불편했다.)
하지만 빠른 연생 제도는 어디까지나 선택이었으므로, 반에서 93년 1, 2월생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생일이 1년 이상 차이나지만 같은 학년이면 친구였다. 94년 1월생이지만 나보다 한 학년이 아래라서 나를 선배님이라 부르는 후배가 있었는데, 이들은 불편함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나의 2000년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이다. 93년생, 그리고 빠른 94년생은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996년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꼈으니 90년대생은 모두 초등학교를 다닌 셈이다. 1학년 때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의 과목을 배우고, 우유 급식 시간에 새천년 건강체조를 했던 세대. 그땐 학교에 입학하면 새천년 건강체조를 하는 줄 알았다. (2010년부터 ‘국민건강체조’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아 발달 이론에 따르면, 돌이 지난 후 자기 주장이 생기고, 5세 정도부터 남녀를 구별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 이후인 초등학생 연령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잇는 다리이며,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90년대생의 2000년대는 그러한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