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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디자인 Mar 18. 2020

새로운 기술을 마주했을 때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도널드 노먼, 유엑스 리뷰, 2018

소프트웨어 기반의 프로그램을 ‘어렵게 배우고, 쉽게 까먹는’ 컴맹이다. 용케 디자인학과를 졸업했지만 디자인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는 못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사용법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학부생 때 포토샵Photoshop,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인디자인Indesign 같은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습득할 때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온라인 강좌를 보면서도, 직접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내가 해보면 안 되기’ 일쑤여서(기계는 잘못 없다. 내가 빼먹었거나 놓쳤거나) 나 자신이 매우 한심하고 답답했다.

요즘은 노션notion, 슬랙slack, 스크리브너scrivener 같은 협업 및 작성 툴을 경험하며 익히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을 오가며 나만의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걸 중점으로 하고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사용법 강좌가 많지만, 따라해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다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도서)에서 아주 당연하지만 반성되는 이야기를 접했다.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UX 개념의 창시자 도널드 노먼은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고 배우기 쉽도록 시스템을 조직하고 구조화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도 제 몫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용자는 시간을 투자해 제품(프로그램)의 기능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잘 구조화된 시스템도 익숙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배우고, 이해하고, 연습하면 단순해진다. 처음 자동차를 운전하면 시동 거는 법부터 도로 위에서 체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혼란스럽지만, 익숙해지면 간단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귀찮아하지 말고, 겁먹지 말자. 무엇이든 익숙해지는 데엔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도널드 노먼은 이러한 복잡함에 대처하는 사용자의 자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먼저 받아들여라

누구라도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그러니 당신도 배울 수 있다.


2. 분할해서 배워라

배워야 할 과제를 작고 이해 가능한 모듈로 나눠라. 모듈 하나를 익히고 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다음 것도 배우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3. 필요한 그 순간에 배워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배우려고 하지 마라. 필요할 때 배워야 효율적이고 기억도 오래가는 법.


4. 외우지 말고 이해하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어떻게 작동되는가? 이것만 배우고 나면 운용 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쉽게 배울 수 있다.

학부 시절, 동아리의 타과 학생들에게 어도비 프로그램을 가르쳐보았다. 파워포인트를 다룰 수 있었던 그들은 포토샵보다 일러스트레이터를 더 쉽게 습득했다. 여러 장의 슬라이드에 글자를 넣고, 도형을 그리고, 이미지를 배치하는 작업은 아이콘만 다를 뿐, 파워포인트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반면, 포토샵은 한 오브젝트가 추가될 때마다 레이어가 늘어나는 점 때문에 매우 불편해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루며 레이어 기능에 익숙해진 후에는 포토샵도 수월하게 배워나갔다.


5. 다른 사용자를 관찰하라

다른 사용자가 그 기술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라. 더불어 왜 그런 방식을 사용했는지 물어보라. 전문가들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을 이런 식으로 캐낼 수 있다. 모든 제품과 프로그램은 사용자들에 따라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기업들이 U&A 리서치(이용행태 조사)와 베타테스트를 진행한다.


6. 기표, 어포던스, 그리고 한계점을 파악하라

기술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이 남긴 흔적을 검색하라. 다음에는 그들이 한 대로 따라 해보자. 따라해봐야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7. 신호, 문구, 표시를 만들라

문서를 읽으며 중요한 부분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으로 내용을 덧붙일 수 있다. 프로그램 습득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단계가 가장 혼란스러웠는지 떠올리고 그 부분으로 돌아가 주석을 달아라. 노먼의 말을 빌리자면,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8. 목록을 작성하라

목록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무엇이 남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체크리스트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행동 지침이 되는 체크리스트 내용 역시 정확하고 적합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완벽히 습득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습득해야 할 과제 목록을 구성해보자.



위 5, 6번에 언급했듯이, 이 글은 한 명의 ‘다른 사용자’가 남긴 자취로써 참고해주었으면 한다(“이런 컴맹도 이 프로그램을 다루는데”라고 생각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 “활용법부터 찾아서 따라해보자”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여러 기능을 나름대로 경험해보고, 더 좋은 활용을 위해 다른 이의 방식을 찾아보고 있다. 비효율적인 방법일지는 모르겠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업무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께서 유용한 팁은 받아들이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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