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살루테이션, 태양, 절기, 플로우, 변화
일을 하다 종종 환기가 필요할 때면 밖으로 나가 햇살을 흡수하곤 했다. 소소한 광합성을 즐기던 비 아침형인간이던 내가 일출을 매주 보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이다. 매주 같은 요일 인왕산에 오르며 여명을 느끼고 항상 자리잡는 곳에 앉아 해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대단한 의미를 둔 시작이 아니었고 일회성 이벤트라 생각했던 일출맞이는 그 뒤로 나를 위해 매주 행하는 의식이 되었다. 그저 좋은 시간이라서 시작된 반복이었다. 해가 주는 강렬한 에너지가 좋았고 일출을 보러가는 내가 좋았고 몇시간이고 앉아있던 그 고요함이 좋았다. 매주 다른 모습의 하늘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느날 하산하며 우연히 거울을 보고 기미로 뒤덮힌 얼굴에 놀라 소스라쳤을지라도, 매주 참- 좋았다.
그런 내게 썬 살루테이션 요가 플로우가 재밌다고 느낀 것은 내 인생 첫 요가TTC를 준비하면서 일어났던 일이다.
Good morning, Sun!
치앙마이에서 요가 티처 트레이닝 코스를 시작하기 1달 전부터 요가 플로우를 수련하고 내 몸상태와 수련에서 느낀 점 등을 일지로 정리하는 선행과제를 실행하고 있었다. 내가 배우는 요가는 빈야사 요가의 한 형태로 플로우를 기반으로 수련하고 그 중심에는 썬 살루테이션이 있다.
썬 살루테이션(Sun Salutation)은 산스크리트어 발음으로 수리야 나마스카(Surya Namaskar)라고 부르며 앞의 아사나 자세와 다음 자세로 이어지는 연결성의 흐름(flow)을 호흡과 함께 수행하는 보통 12가지의 아사나로 이루어진 시퀀스이다. 원래부터 요가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최초에는 과거 태양신(Surya)을 숭배하는 의식으로 행해졌으며 20세기에 와서 지금 형태의 시퀀스들을 가지며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현대와 비교하여 과거 농경사회에서 태양의 영향력은 가히 신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였을 것이고 힌두교의 역사적 배경을 보아도 너무나도 다양한 신들이 존재했으니 어찌 만물의 생명을 창조하는 태양을 숭배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해를 좋아한다고는 하나 현대에 살고 있는 나는 해님에게 제사를 지내고 소원을 비는 의식이 필요하지 않은 삶이었던지라, 썬 살루테이션이라는 동일한 시퀀스를 반복하는 것에 도통 흥미가 붙지 않았었다. 같은 플로우를 계속 반복하는데 이건 왜 하는 거지, 재미가 없는것 같아, 반복하는건 내 체질과 안 맞아, 마시고 내쉬고, 들숨과 날숨과 플로우의 연결은 꽤나 어렵잖아, 익숙해지지가 않네, 플로우가 외워지질 않아, 오늘은 그냥 반복하는게 아니라 어떤 테마가 있는 수업이라면 더 흥미로울것 같아, 이것을 계속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가져왔던 과거의 나. 이번 선행과제를 하던 어느날 '플로우가 재밌잖아'란 마음의 소리를 무의식 중에 듣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생각해보면,
1. 집중을 하였다.
2. 내 호흡과 아사나에 정성을 기울였다.
3. 에너지를 느꼈다 : 순환의 에너지, 나와 동작간의 호흡의 에너지, 깨어남의 에너지, 힘
4. 전체 흐름의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다.
5. 아사나들의 중심 포인트를 알았다.
1. 다시 집중과 몰입으로 돌아가 순환 반복.
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태양을 숭배하진 않았어도 아사나에 정성을 다한 신체와 에너지를 느낀 의식으로 전과 다름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원래 플로우가 가진 연결성과 반복성 처럼 내 수련도 그와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와, 새롭다! 마치 이것을 알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경험을 했다.
Sun Salute!
썬 살루테이션은 새벽 수련시, 혹은 수련의 시작 단계로 많이 하곤 한다. 해가 떠오를 때 함께 하는 의식적인 의미도 있을 것이고 전신을 쓰는 시퀀스라 더 깊은 수련으로 이어지기 전에 몸을 준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여, 썬 살루테이션과 '절기'를 함께 생각해 보았다.
절기는 태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양력으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낮의 길이가 달라지는 1년을 24개로 나누어 계절의 구분을 용이하게 하였다. 24절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나무는 전체 절기에서 봄 절기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는 맺고 여름은 열매를 키우고 가을에는 열매가 충분히 익게 하고 겨울은 다음을 준비를 하며 보낸다. 나무를 포함한 자연의 자연스러운 1년은 해의 흐름에 맞춰 그에 적합한 역할을 알고 행하고 필요한 결실을 맺으며 살아가는 이치를 가진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해마다 반복하여 같은 시기가 도래해도 전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듬해 같은 절기가 왔을 때 1년 전과 같은 상태의 나무가 아니므로 지금의 모습을 알고 다음을 준비하는 적합한 역할을 찾아 실행하는 적응력이 필요하다. 요가 수련을 하며 현재 몸 상태나 숙련도의 정도 등에 따라 같은 아사나를 하더라도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고 지향하는 수련의 모습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관찰하고 원하는 결실의 방향으로 나아가며 지속적으로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지금의 나를 안다면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봄 절기라는 것을 안다면 다음은 여름 절기가 올 것이고 봄 절기에 꽃을 잘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충실해야 여름에 열매를 잘 키우고 가을에 잘 익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이치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매해 단단해져 가는 과정이 되어 다음 봄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가 될 수 있다. 썬 살루테이션 플로우의 첫번째 아사나 타다아사나(Tadasana)에서 척추가 바른 정렬로 서고 양발에 실리는 무게를 균형있게 하고 호흡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음 아사나 동작으로 연결해야 자연스럽고 집중하는 플로우를 맞이할 수 있다. 우따나사나(Uttanasana, Forward fold)에서 현재 내 고관절과 몸의 상태를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만큼의 충분한 가동성과 유연성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파악한다면, 다음 순환(circle)에서 또 만나는 우따나사나에서 몰입하여 희망하는 수련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쯤이면 내가 직관적으로 절기와 썬 살루테이션, 이들을 어쩌다 함께 떠올렸는지 알 것도 같다. 태양을 기리던 12개의 반복적인 아사나의 썬 살루테이션이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자연의 흐름을 말하는 24절기와 닮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12+12+12+12+···
24+24+24+24+···
Flow는 create, change(devastate), disappear, repeat을 아우르는 단어인듯 싶다(조금 더 명확한 어휘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어떤 형태이든 변화해가는 유동적인 원의 모습으로 개체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삶에서 원을 그리고 단어를 연구하고 요가를 하고 있는가보다. 내 인생은 겨울의 절기를 지나 현재 봄의 절기에 도달한 것 같다. 겨우내 나를 더 알기 위해 그리고 때를 알기 위해 응집하고 응축하였던 에너지를 해님의 힘을 받아 정성스레 잎을 내고 나다운 꽃을 피워내려 집중하고 있다. 나에게 온 봄과 다가올 여름을 알기에 지금 가는 길이 막막하지도 조급하지도 않다. 과거의 나여! 얼마나 지금의 내가 대견하겠는가.
언제나 새롭고 늘 변화한다. 썬 살루테이션이 매번 같지 않고 절기 또한 그러하듯, 지금의 나는 이렇지만 또 변해갈 것이고 또 어떻게 변화해갈지 재밌는 부분이다. 집중이다, 집중! 지금, 여기있는 나에게.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을 안다면 순간들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지금의 나를 알고 바라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고 행한다면 다가올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적합한 단어를 찾고찾다 작년에 만들어진 현재 나의 인생 철학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I transform. Therefore I exist.
I transcend. Therefore here I am.
by 율재 yool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