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 괜찮은 구석도 있었다

그라운드밖에서-에피소드05

by 축군인


나는 내게 참 박한 사람이었다.

잘하고 있어도,

“이 정도로는 부족해.”

실수라도 하면,

“넌 왜 항상 이 모양이냐.”

마음속에 이런 말들을

습관처럼 던지곤 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는 가혹했다.


왜일까.

아마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나는 아직 멀었어’라는 자기 의심으로

자주 바뀌곤 했다.


그런데 문득,

최근 나를 되돌아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축구를 그만두고 나서

나는 길을 잃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다른 방식으로 계속 축구와 연결되어 있었고,

사람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도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실수하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실수를 기록하고,

그 부족함을 이야기로 남기려 한다.


그건 나 자신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도 이런 사람이야.

그치만 지금, 나쁘지 않게 살아가고 있어.”

이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요즘 나는

글을 쓰는 순간,

살짝 웃는다.

그리고 이 생각을 자주 한다.


“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

괜찮은 구석도 있었네.”


그렇게

오늘도 한 줄을 더 적어본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도 자신의 괜찮은 구석을

다시 발견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