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마음 epilogue
우리의 만남은 한겨울이었어요
12월에 당신을 만나기로 결심하고 한겨울을 함께 보내고 봄이 되었네요.
나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조금 더 선명해졌고 어떤 면에선 더 낮추게 되었어요.
꿈은 잠시 접어두었고요.
머리로 꾸는 꿈이 지겹더라고요.
사랑도 때론 지겨울 때가 있다는데 꿈에 대한 짝사랑이 너무 길었어요.
그리고 알아버렸어요.
생각보다 나 자신이 별 볼 일 없다는 거.
사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모른척했을 뿐이죠.
신기한 건 진짜 인정하게 되자 오히려 용기가 생겨요.
진짜 마음과 마주할 때면 늘 눈물이 났는데 이제는 울지 않고 마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당신을 만나고 일어난 일이에요.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어떻게 나의 삶을 채워나가고 싶은지.
되돌아보면 난 늘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는 나를 미워했죠.
이젠 덜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2주 동안 매주 목요일 당신을 만나면서 생긴 변화예요.
고마워요.
곧 또 만나요.
늘 다정한 당신에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며칠은 열어보지를 못해요.
보잘것없는 글에 비해 다정한 댓글이 주는 위로가 너무 커서 좋으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점점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술술 꺼내게 되더라고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요.
그리고 또 댓글로 힘을 얻고, 위로받고 그렇게 12주를 보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스쳐가는 상처가 점점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나 또한 타인에게 그럴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사람과 거리를 두자. 생각한 지 꽤 되었는데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고맙습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소년이 다시 아빠와 동생과 함께 살길 바라고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순수한 모습이 그려진 영화인데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기적은 어쩌면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볼 때도, 보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예요.
브런치북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하는데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나더라고요.
우리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산다면
다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지켜봐 준다면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사진: Unsplash의 TOMOKO U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