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0년 만에 첫 출근

by 봄밤

몹시 추운 날 첫 출근을 했다.

그날은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 전날이기도 했다.

출근 첫날 할 수 일은 뭐가 있겠는가.

그리 넓지도 않은 마트를 돌며 물건의 위치를 익히는 일부터 했다.

장 보러 오기도 했었고, 오다가다 자주 지나친 곳이었음에도 직원으로 앞치마를 입고 마트 안을 돌고 있자니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고 그렇게 하염없이 돌며 만보를 채웠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다음날 겨우겨우 일어나 아들의 졸업식에 갔다.

평소보단 조금 더 멋을 낸 엄마들 사이에 퀭한 모습으로 서있는 엄마가 바로 나였다.

전날 먹은 떡볶이로 얼굴은 부어있었고, 화장할 기력은 없었다.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땐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극 F인 내가 학사모를 쓰고 이젠 안녕을 부르는 아이의 모습에도 강당이 왜 이리 추운지, 학부모용 의자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눈물이 나올 틈이 없었다.

눈물에도 웃음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구나.

전날의 노동으로 아들 졸업식에 눈물 한 방울 없이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은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 8개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지만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과 발맞추어 갈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보람과 기쁨, 눈물과 웃음, 때론 분노까지 많은 일들과 감정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고, 마음속에 담고 싶은 것 빼고는 대부분 그날그날 소멸시키려 노력 중이다.



어느덧 가을.

그만두어도 상관없을 일을 세 번의 계절을 지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어느 한 시절의 추억이 스며있는 곳.

여행계획에 한 줄 끼지 못하더라도 늘 들리게 되는 곳.

딱 그날 하루 분의 성실함 만을 필요로 하는 곳.


마트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