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방

by 윤지안


태현은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잠이 오는 것도 두려웠다.

어둠은 벽을 타고 천천히 그를 덮어왔다.
천장은 한없이 높아 보였고,

방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이곳,
아무도 닿지 않는 이곳.

폰 화면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연락은 오지 않았다.
사실은 오지 않기를 바랐다가,

막상 오지 않으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모순된 시간.

태현은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편지 하나를 집었다.
봉투는 구겨져 있었고, 끝부분은 조금 젖어 있었다.

누구였을까.
보낸 사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편지를 열어 읽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네가 웃지 않아도 좋아.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문득, 태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동안 억지로 눌러왔던 숨결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울컥했다.

"나는…"
입술이 떨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텅 빈 방 안에 그의 목소리가 퍼졌다.
텅 빈,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고백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 안 어딘가에 남아 맴도는 것 같았다.

태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겨우, 아주 겨우 침대 옆 작은 창가까지 기어갔다.

커튼을 젖히는 데 오래 걸렸다.
팔이 무거웠고,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작은 틈을 만들었다.

어둠 너머, 흐릿한 새벽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연한 회색 하늘이 보였다.

태현은 창틀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아직 모든 게 괜찮지 않았다.
여전히 마음은 무겁고, 몸은 부서질 듯 아팠다.

하지만,
아주 작게나마 믿어보고 싶었다.

자기 자신을.
그리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따뜻한 문장을.

오늘은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커튼을 열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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