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늘 늦는다.
그리고 언제나 서두른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그 말이 입버릇이 된 지도 오래였다.
시계의 바늘은 언제나 조금씩 느리게 돌아갔고,
그는 그 느림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매일, 새 시계를 샀다.
탁상시계, 회중시계, 손목시계, 모래시계, 심지어 꿈속의 시계까지.
그의 방엔 ‘지금’을 가리키는 바늘이 수백 개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그가 원하는 지금은 가리키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깨달았다.
“모든 시계가 틀린 게 아니야.
틀린 건 나야.”
그는 가위를 들고, 자기 가슴의 박동을 잘라냈다.
“이젠, 늦지 않겠지.”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그의 시계들은 멈추지 않았다.
단 하나도.
단 한순간도.
하지만 누구도 그를 본 적이 없다.
그가 떠난 뒤로, 모든 시계의 초침은
아주 미세하게 — 뒤로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