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경계가 무너진 것은, 달이 붉게 물든 그날이었다.
하늘은 피로 물든 유리처럼 갈라졌고,
바람은 울음을 삼킨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산 위의 폐사(廢寺), 그리고 그 위에 떠오른 홍월을.
“달이 저렇게 변하면, 한 명은 사라진다.”
노파의 목소리는 오래된 금속처럼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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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연우는 그 이야기를 웃어넘겼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산의 그림자 끝에 서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분명히 있었다 —
십이 년 전, 불길 속에서 죽은 누이의 얼굴이.
“연우야.”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이 아니라, 피였다.
붉은 달빛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번졌다.
그가 한 발 다가설 때마다, 달은 조금 더 짙어졌다.
마치 그를 삼키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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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었다.
그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달빛이 사라질 때쯤, 산 아래 마을은 조용했다.
단 하나, 종소리만이 울렸다.
“홍월이 지나가면, 죄는 남는다.”
그 말이 무엇을 뜻했는지, 이제야 알았다.
붉은 달이 떠오를 때마다,
그는 또다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야 했다.
살아 있는 자를 대신할 이름을.
그것이 이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헌월(獻月)**의 의식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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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붉은 빛이 하늘에서 꺼질 때,
산 위엔 오직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연우였다.
그의 눈동자엔 달이, 그의 손에는 피가 있었다.
그리고 새벽녘,
누군가 마을 어귀에서 속삭였다.
“달이 흰빛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