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본 적이 없다.
시계의 초침, 해의 궤도, 주름진 손등만이
그 흔적을 말해줄 뿐이다.
그런데, 만약 시간에 얼굴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나비’의 모습일 것이다.
나비는 태어나자마자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
애벌레로 태어나 고치를 짓고,
긴 침묵의 시간을 통과한 뒤 날개를 편다.
그 짧은 생애 속에서, 나비는 ‘변화’를 완성한다.
시간 역시 그렇다.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모든 것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우리의 하루도 미세한 떨림 속에서 형태를 바꾼다.
어릴 적 나는 나비를 잡으려다 종종 실패했다.
손끝에 닿기도 전에, 그것은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시간’이란 존재의 은유였다는 것을.
시간 또한 우리가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놓아줄 때에야 그 의미를 드러낸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그렇다.
지나가고 나서야, 그때가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깨닫는다.
나비는 짧게 산다.
하지만 그 짧음 속에 모든 계절을 품는다.
한순간에 피어나고,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롭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지금’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추억을 만든다.
그것들은 시간의 고치를 짓는 일이다.
언젠가 날개를 펼 그리움의 씨앗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한 마리의 시간의 나비를 날려 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나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
어떤 날은 찬란히 빛나고,
어떤 날은 어둠 속에서 흔들리지만,
모두가 필연적인 궤도를 그린다.
그렇게 우리는 언젠가 마지막 나비를 날려 보내며, 조용히 미소 지을 것이다.
“아, 나의 시간은 이렇게 날아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