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Ver
옛날 옛날, 안개가 자주 끼는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는 시계를 고치는 토끼가 살고 있었지요.
토끼는 마을 사람들의 시계를 고쳐 주었어요.
아이의 장난감 시계, 어부의 모래시계,
그리고 시장 아주머니의 커다란 벽시계까지요.
누구의 시계든 토끼의 손을 거치면 ‘딱딱딱’ 하고 고르게 돌아갔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시계토끼라 불렀답니다.
그런데 시계토끼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어요.
매일 밤이 되면,
자신이 고친 시계들 속으로 귀를 기울였지요.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 “오늘은… 잘 갔나요, 시간아?”
하지만 시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째깍, 째깍’ 하고 발소리처럼 소리를 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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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토끼는 낡은 회중시계를 고쳐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건 마을의 가장 나이 많은 거북 할아버지의 것이었답니다.
“이 시계는 내 아내가 떠나기 전에 준 거란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말했어요.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구나.”
토끼는 밤새 시계를 고쳤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시계의 뒷면에서 하얀 털 한 올이 나왔어요.
그건 꼭 자기 털처럼 보였어요.
토끼는 시계를 가슴에 품고 속삭였어요.
> “괜찮아요, 할아버지.
내일이면 다시 그때로 갈 수 있을 거예요.”
다음날 아침,
거북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계는 정확히 아내가 세상을 떠난
그 시각에 맞춰
조용히 멈춰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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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시계토끼는 사람들의 시계를 고치지 않았어요.
대신 매일 같은 시간에 언덕 위에 올라
하늘을 향해 시계를 흔들며 말했어요.
> “괜찮아요. 모두들 제시간에 가고 있죠.”
그의 시계는 멈추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째깍째깍’ 하고 노래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언덕 위의 하얀 토끼를 떠올렸답니다.
> “시간은 멈추지 않아요.
다만, 그리운 곳으로 천천히 돌아갈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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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늘도 밤이 되면,
안개 낀 마을 어딘가에서
작은 회중시계의 노래가 들려온다고 해요 —
‘째깍, 째깍.’
그건 바로, 시계토끼가 시간을 돌려보내는 소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