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열두 장뿐인데,
나는 그 끝에서 또 한 장을 넘긴다.
글씨 없는 달,
숫자가 녹아내린 시간,
그곳이 13월이다.
그곳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대신 기억이 천천히 떨어진다.
누군가의 웃음, 누군가의 이름,
그리고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
그 나비는 흰빛도 검은빛도 아닌,
‘잊혀진 색’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내 꿈의 가장 깊은 곳에서,
아직 피지 못한 계절이 숨 쉬는 곳에서.
13월은 살아 있는 자의 달이 아니다.
거기선 모든 것이 반쯤만 존재한다.
목소리는 공기 속에서 사라지고,
발자국은 눈 위가 아닌 기억 위에 남는다.
나는 그곳을 걷는다.
나를 잃기 위해, 혹은 되찾기 위해.
나비는 천천히 날아오른다.
그 날개는 시간의 틈새를 스치며,
하나의 계절을 지우고 또 하나를 그린다.
그럴 때마다 내 안의 나도 함께 바뀌었다.
나는 더 이상 나였던 적이 없고,
그럼에도 여전히 나였다.
13월의 하늘은 끝이 없다.
그 안엔 겨울의 잔향과 여름의 그림자가 섞여 있고,
모든 빛은 물결처럼 출렁이며
누군가의 기억을 비춘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들린다 —
어디선가,
가느다란 날개가 꿈을 스치는 소리.
13월의 나비가 지나간다.
그 뒤를 따라 내 그림자도 천천히 사라진다.
그 순간, 나는 안다.
시간은 흘러간 것이 아니라, 날아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