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책방에서
《잿빛 나비》
10화. 책방에서
햇살은 비스듬히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작고 조용한 거리, 오래된 간판들,
그리고 그 끝자락에 놓인, 한때 자주 들렀던 책방.
은서는 그 앞에 멈춰 섰다.
간판은 여전히 바랬고,
문은 여전히 삐걱거렸다.
달라진 건 은서 자신뿐이었다.
**
“어서 오세요.”
익숙한 목소리.
늙은 주인이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웃었다.
“오랜만이구나. 네가 은서구나?”
은서는 당황했다.
그를 기억할 수 없었지만,
그는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네 동생이… 서은이가 다녀갔었어.”
그 한마디에, 은서의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 애가 너한테 꼭 전해달라고…
언젠가 네가 올 거라고 믿었어.”
**
그는 낡은 책장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작은 봉투 하나를 꺼내왔다.
노란빛이 감도는 편지 봉투.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익숙한 글씨.
> 언니에게
손끝이 떨렸다.
은서는 그 봉투를 두 손으로 꼭 쥐었다.
**
책방을 나와,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햇빛은 나무 사이로 쏟아지고 있었고,
벚꽃잎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은서는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한 장의 편지지,
그리고 연필로 눌러 쓴 흔적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아직 읽지 않은 글씨들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
편지의 내용은 아직 이 화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은서의 눈이 글자를 따라가고,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닫힌 채 깊은 숨을 머금는 장면만이 남는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 속에서, 은서는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울음과 닮은 미소였고,
그 미소 안에는 봄과 겨울이 동시에 있었다.
**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는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