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도시에서, 까마귀는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by 윤지안


모든 것이 사라진 도시였다.
유리창은 깨지고,
벽에는 오래전 불길이 남긴 그을음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잿빛 가루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그 잿빛은 눈처럼 내렸고,

사람 대신 까마귀들이 그 위를 걸었다.
이곳에서는 까마귀의 발자국만이

유일한 생의 흔적이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전기가 끊기고, 사람의 말이 멎고,
이름을 부를 이유가 사라진 그 이후에도
까마귀들은 여전히 울었다.
그 울음은 비통하지도, 구원도 아니었다.
그저 존재의 습관처럼,
사라지는 세상에 대한 마지막 기록처럼 들렸다.

한때 이 도시에도 봄이 있었다.
가로수의 가지마다 벚꽃이 피고,

아이들이 그 아래서 뛰놀던 시절이.
그러나 지금의 바람은 냉담하고,
공기는 죽은 기억의 냄새로 가득하다.
나는 폐허가 된 도서관 옆 벤치에 앉아,
어디선가 날아든 까마귀 한 마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 검은 깃털은 재를 뒤집어쓴 듯 희미하게 빛났다.
아마도 이 도시에서 가장 깨끗한 존재가 그일 것이다.

까마귀는 나를 보았다.
짧은 순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본 듯했다.
이 세상에서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들처럼.
그가 다시 날아오를 때,

그 날갯짓에 묻은 재가 흩날렸다.
그것은 눈처럼, 혹은 기억처럼 천천히 나에게 내려앉았다.
나는 그 재를 손바닥에 받았다.
온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마치 오래전

누군가의 손을 잡았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 도시에는 더 이상 노래가 없지만,
까마귀의 울음은 여전히 하늘에 맴돈다.
그것은 슬픔의 언어가 아니라, 존재의 증언이다.
사람들이 사라져도, 이름이 잊혀져도,
그는 여전히 재 위를 걷고, 하늘을 향해 운다.

그 울음 속에서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언젠가 나 또한 이 재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까마귀가 내 위를 걸으며
한 번쯤은,
아주 짧게라도 나의 이름 없는 흔적을 스쳐 지나가겠지.

그때의 세상은 여전히 잿빛일까.
아니면 그 잿빛 속에서, 새로운 봄이 피어날까.

모르겠다.
다만 나는 믿는다.
재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까마귀의 검은 날개 아래에만은
아직 아주 미세한 온기가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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