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언제나 낮게 숨 쉬었다.
이른 새벽의 안개가 나뭇잎 사이를 헤매고,
바람은 그 틈을 타 지나가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시간의 결을 어루만졌다.
그 속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그 나비는 다른 어떤 색보다도 희미했다.
하얗지도, 노랗지도, 푸르지도 않았다.
그저 햇살이 지나가면 투명하게 사라졌다가,
그늘 속에서는 잠시 존재하는 듯한 색.
누가 보아도 “아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그 나비는 마치 기억의 조각처럼 흔들렸다.
나는 숲의 오솔길에 멈춰 서서 그 나비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 나비는 나를 아는 듯했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비가 내 앞을 맴돌더니,
천천히 숲 속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사라지면,
바람도, 새소리도, 나뭇잎의 흔들림도
모두 그 뒤를 따라 조용해졌다.
어느 순간, 숲의 공기가 바뀌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는 한 clearing(빈 터) —
그곳에는 오래된 돌무더기 하나가 있었다.
돌 틈 사이로 들꽃이 피어 있었고,
그 위에 나비가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문득 그 자리를 알아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를 잃었던 그날의 숲.
그 사람의 웃음이 마지막으로 흩날리던 그 자리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나비는, 그 사람의 흔적이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이 깃털처럼 남아
숲 속을 떠도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비가 잠시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있었을 리 없지만,
나는 그 시선을 느꼈다.
그리고 나비는, 다시 바람 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숲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는,
어쩐지 따뜻한 숨결이 스며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을,
그 나비의 마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