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까마귀

by 윤지안


회색 하늘 아래, 한 마리의 까마귀가 떨어진다.
그 날개는 이미 찢겨 있었고,
깃털은 검은 대신 희미한 잿빛으로 바래 있었다.
겨울의 찬 바람이 그 작은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마치 세상과의 작별을 잠깐 미루는 듯이.

사람들은 그를 불길하다며 외면했다.
하지만 아이 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었다.
까마귀는 그 작은 온기를 느끼며

마지막으로 날개를 펴보려 했다.
그러나, 공기는 너무 무거웠고, 세상은 너무 멀었다.

아이의 눈에 까마귀는,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얼굴을 가진 생명체였다.
검은 눈 속에는 어둠이 아닌, 끝내 닿지 못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그때 아이는 알았다.
모든 날개가 나는 법을 잊는 게 아니라,
어쩌면 세상이 그들의 하늘을 빼앗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까마귀는 그렇게 조용히 숨을 놓았다.
찬 바람 속에서 깃털 하나가 떠올라,

아이의 손등에 내려앉았다.
그 깃털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마치 오래된 약속처럼.

그날 이후 아이는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개를 잃은 까마귀가 다시 날아오르길 기다리듯,
자신 안의 무언가가 언젠가 다시 움직이길 바라며.

그리고 겨울의 끝,
희미한 새벽빛 아래에서 그는 보았다.
하늘 저편,
한 점의 검은 그림자가,
다시 날개를 펴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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