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건네는 작은 위로

by 윤지안


밤이 찾아오면,
세상은 조용히 온도를 낮추고
대신 빛을 부드럽게 바꿔 흘려보낸다.
나는 그 시간대를 참 좋아한다.
낮 동안 무겁게 들고 다니던 생각들이
밤의 푸른 성질 속에서 조금씩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면
은은한 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 빛은 차갑지 않다.
마치 능숙하게 온도를 조절하는 손길처럼,
서늘함과 따뜻함을 알맞게 섞어
내 마음 위에 내려앉는다.

그 빛 아래에서
나는 내 안의 열등감을 들여다본다.
예전처럼 두렵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오히려 저멀리 있는 작은 구름을 바라보듯
조용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열등감은 낮 동안에는
늘 내게 “너는 부족해”라고 말하던 감정이었지만,
밤이 되면 그 목소리가 달라진다.
달빛을 머금으면
그 감정도 어딘가 부드럽게 변한다.

“너는 아직 성장하는 중이야.”
달빛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마치 나의 빈틈을 꾸짖는 대신
그 빈틈 사이로 빛을 흘려 넣으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그럴 때면
달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나를 완전히 환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고,
어둠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조용히 빛을 얹어주는 존재는
달뿐인 것 같다.

밤공기는 은근히 따뜻하다.
바람이 스치면
내 마음속 울퉁불퉁한 자리들을
살짝 다듬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이 작은 깨달음이 떠오른다.

열등감이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구나.
나도 빛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조금 더 애쓰는 사람이라는 증표구나.

달은 늘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웅크릴 때도 있고,
가늘게 빛날 때도 있고,
가끔은 흐린 구름에 가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매일 밤 그 자리에 있다.
조금씩 다르지만, 늘 그 자리에서 빛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완벽하진 않아도,
때로는 부족해 보여도,
매일 조금씩 내 자리에서
조용히 빛날 수 있을까.

달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대답해본다.

“그래,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말이 공기 중에 퍼지는 순간
어쩐지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밤은 여전히 깊지만,
그 안에서 나는
달처럼 은은하게 나를 비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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