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by 윤지안


가끔 그런 순간이 온다.
세상이 너무 가까이 들러붙어,
숨을 쉬는 일조차

누군가의 기대와 시선에 빼앗긴 것만 같은 순간.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쓰지만,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점점 작아지고,
목소리는 한 음절씩 사라져 간다.

그런 날이면 귓가에 울리던 그 노래가 생각난다.
단단한 기타 울림과 날 것의 호흡,
그리고 그 사이로 미세하게 번지는 온기.
마치 “너는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듯한
작은 손길 같은 음색.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면
내 안에 있던 먼지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잘 닦이지도 않고, 감춰두지도 못한,
내가 도망치고 외면하던 모든 감정들이

햇빛 아래로 끌려 나온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한다.

무너져 있던 조각들,
쓸모없다고 여기던 상처들,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어젯밤의 후회들.

그 모든 파편들이 노래 한 곡 안에서
‘나를 구성하는 것들’로 다시 모습을 갖춘다.
지워야 할 잔해가 아니라
내가 살아왔다는 증거처럼.

어쩌면 ‘Everything’이라는 말은
세상을 다 품겠다는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흩어져 있던 나의 작은 조각들까지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끌어안는
아주 조용한 용기의 말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깨닫는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리며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오늘도
무거운 하루가 겹겹이 쌓여 가슴을 짓눌러도,
나는 어딘가에서 울리는 한 줄의 멜로디를 떠올린다.

모든 것을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나의 ‘Everything’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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