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면 유난히 감정의 끝이 얇아진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루 종일 애써 붙인 웃음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힘없이 떨어져 나간다.
문을 닫고 불을 끄면,
고요 속에서 비로소 마음이 제 목소리를 찾는다.
'힘들었지?'
누군가 묻는 것처럼.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날들이 있다.
괜히 울면 더 약해질까 봐,
누군가 실망할까 봐,
이미 지쳐 있는 자신을 더 무너뜨릴까 봐.
그래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대고 속삭인다.
“조금만 더 참자. 그래도 버텨야 하잖아.”
하지만 버텨온 시간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조용히 무너진다.
그 무너짐은 생각보다 소리 크지 않다.
단지, 마음 한 구석이 ‘아파요’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울 뿐.
그럴 때면,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괜찮아. 울어도 돼.”
울음은 패배가 아니라,
견딘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라고.
눈물이 한 번 흐르기 시작하면,
멈추려던 마음도 함께 풀어진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억울함, 외로움, 불안,
그럼에도 버텨내려 했던 작은 의지들까지.
울음은 그것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아 밖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 울고 난 뒤 찾아오는 적막은
마음을 비워내는 청소 같은 느낌을 준다.
아무도 모르는 자리에 홀로 앉아 있지만,
마치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다.
아무 말 안 해도,
단지 ‘여기 있다’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온기.
기댈 곳이 없어 울어본 사람은 안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세우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그러니, 오늘만큼은 감추지 않아도 괜찮다.
참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울어도 된다.
그 눈물 속에, 그동안 버틴 네가 모두 담겨 있으니까.
그리고 울음이 잦아든 뒤,
아주 작은 숨결 같은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아직은 작아서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그 희망은 네가 울음을 허락한 그 순간부터
이미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