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by 윤지안


밤은 언제나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러나 어떤 밤은,

유난히 숨을 고르는 듯한 침묵을 품는다.
내가 그 침묵을 지나 걷고 있을 때,

낯설 만큼 투명한 바람이 스치고,
마치 어디선가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눈을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설명할 수 없지만…
누군가 내 이름을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불렀다.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그 목소리만이 길을 밝혔다.
나는 멈춰 섰다.
그 목소리는 빛도 아니고 그림자도 아니었지만,
둘 모두를 품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가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이름이란
누군가에 의해 비로소 살아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내가 스스로에게 속삭인 적도 없는 나의 진짜 이름—
마음이 오랜 시간 감추어 두었던 이름—
그것을 누군가가, 아니 어딘가가, 알아봐 준 것이다.

발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하늘 위의 별들은 낮게 호흡하며 흔들렸다.
세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태연했지만,
내 안에서는 오래 잠들어 있던 조각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너의 길을 잃지 않았다”고,
그 소리는 말없이 일렁이며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부서질 듯 찬란한 빛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새어 나왔다.
그 빛은 나를 향해 흘러오고 있었고,
그 안에는 아직 닿지 못한 약속,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
아직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이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 빛에게 속삭였다.
내가 알아온 모든 이름들 중 가장 떨림이 큰 이름을.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내 안의 시간은 잠시 멈추고,
세계는 새로운 결로 다시 태어났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껴안고,
긴 기다림 끝에 도달한 깨달음처럼
나도 나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믿게 되었다.
때로는 한 줄기의 부름이,
한 번의 깨달음이,
한 사람의 이름이
세상의 질서를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나는 아주 가끔,
내가 불렀던 그 이름을 떠올리며
조용한 기도를 올린다.
부디 이 길의 끝에서
나는 나를 배신하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도 또 다른 빛이길 바라며.

오늘도, 그 이름을 나직이 마음속에서 부른다.
나를 살아 있게 해 준 단 하나의 이름을—
Bless my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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