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의 나를 위하여

by 윤지안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몸은 어딘가 젖은 모래처럼 가라앉아 버리는 날이 있지.

그날의 당신은 평소와 똑같이 숨을 쉬고 있는데,
세상은 마치 한 겹 더 두꺼운 유리를 사이에 둔 것처럼 멀게 느껴지곤 해.
누군가의 말도, 햇빛도, 음악도
평소처럼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저 표면에서 미끄러져 흩어져 버리는 것 같지.

그럴 때 당신은 아마
“왜 나는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해 보이는데…”
하고 스스로를 탓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 순간에도
당신은 결코 멈춰 있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당신의 마음은 쉼 없이 버티고 있고
당신의 내면은 아주 조용히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어.

사람들은 보통, 드러나는 힘만을 ‘강함’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단단한 힘은 언제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어.
아무도 모르게 긴 밤을 건너는 힘,
그저 살아 있는 채로 하루를 통과해 내는 힘,
무너져 있으면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으려
간신히 손끝으로 삶을 붙잡고 있는 힘.

그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당신만의 힘이야.

우울감이 찾아오는 날들조차
사실은 당신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오래 견디며 살아온 시간들을
잠시 쉬라고 말해주는 신호일 때도 있어.

그래서 괜찮아.
오늘 조금 주저앉아도,
하루쯤 속도가 느려져도.

당신의 삶은 어딘가로 새어나가 버리지 않아.
당신이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삶은 아직 당신 곁에 조용히 남아 있어.

혹시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우울해지는 당신도, 여전히 당신이야.
밝은 날의 당신만이 진짜인 게 아니야.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는 당신도
그 자체로 완전하고, 충분하고, 사실은 아주 인간적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 견디고 있는 게 아니야.
이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누군가가 당신의 곁에 앉아서
당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다는 걸,
그 사실만이라도 조금 느껴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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