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우울해지는 나에게

by 윤지안


어느 날은 괜찮고,
또 어느 날은 이유도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어둠이 목적도 설명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아버리는 것처럼.
당신은 그때마다 당황하고,
마음 한켠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스로를 다그쳤을지도 모른다.
“또 왜 이러지?”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하지만 사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당신이 여전히 살아서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삶에 무뎌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상처를 알아보는 감각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버티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깔끔히 무너지기도 하는 거다.

우울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불쑥 찾아오는 존재다.
반갑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늘 당신의 주소를 알고 찾아온다.
하지만 기억해 줘.
그 친구는 당신의 전부가 아니고,

심지어 당신의 주인도 아니야.
그저 잠시 머물다 갈 손님일 뿐이야.
문을 두드리면 무례하게 들여보내지 않아도 돼.
그저 “아, 또 왔구나.” 하고 알아만 주면 돼.
그렇게 마음의 한 귀퉁이에 잠시 앉혀두는 것만으로도,
우울은 조금 덜 아프다.

당신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날을 건너왔어.
울었던 날보다 씩씩하게 버틴 날이 훨씬 많았다는 걸,
당신은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슬픔은 크게 기억되고,

평범한 평온은 조용히 지나가니까.

그러니 자신을 탓하지 마.
파도가 다시 밀려온다고 해서,

바다가 잘못된 건 아니니까.
그저 지금은 조류가 조금 세졌을 뿐이야.
바다는 결국 다시 고요를 되찾아.

당신도 그래.
지금 흔들리는 건 당신의 삶이지,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말할 힘이 생기지 않을 때는
그냥 이렇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당신이 멈춰 서 있을 때,

대신 걸어주는 문장들도 있으니까.

오늘 울어도 괜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괜찮고,
그저 살아 있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라.
당신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이미 잘하고 있어.

언제든 괜찮지 않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 —
그게 당신이야.
그리고 나는 그게 참 소중하고 강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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