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 하나

by 윤지안


가끔은 세상이 너무 어두워서,
앞을 보는 일조차 두려울 때가 있다.
발끝에 그림자만 길게 드리워지고,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버티며 흘러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너를 떠올린다.
언제나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내 옆에서 나의 속도를 따라 걷던 너를.

너는 종종 말했다.
“빛은 늘 큰 데만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이어서,
“사람 하나, 마음 하나가 되어도 빛이 될 수 있어.”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오래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마음이 어떻게 길을 비출 수 있는지
그때의 나는 너무 지쳐,
너의 목소리를 빛으로 느낄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아주 작고 희미한 따뜻함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둠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의
작은 온기 하나가 생긴 것이었다.
그 온기는 네가 건네준 말,
내 손을 잡아주던 네 손끝,
그리고 내가 멈춰 설 때 기다려주는
너의 묵묵한 마음에서 왔다.

빛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멀리서 번쩍이는 환한 것이 아니라,
지쳐 허물어질 것 같은 순간
한 사람의 존재가 조용히 켜 주는
아주 작은 등불.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가끔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걸어도 늘 제자리인 것만 같은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다.
너라는 빛이 있다는 걸,
내 발걸음이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오늘 나는 네게 말하고 싶다.

“너도 지칠 때면 잠시 멈춰도 괜찮아.
그동안 내가 빛을 비춰줄게.”

너와 내가 서로의 길 위에 놓인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천천히, 그리고 끝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