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해두자

by 윤지안


말을 다하려다 멈춘 문장이 있다.
입술 끝에서 오래 머물렀지만,

결국 내보내지 못한 그 말.
사랑한다고도, 그만하자고도,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도 아니었다.
그냥… 지금은 사랑만 해두자고,

그 마음 하나만 남겨두고 싶었다.

우리는 늘 무엇을 결정하려고 애쓰지.
관계의 방향을 정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 알아야 덜 불안할 것 같아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록해 두어야
이 감정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사랑은,
때로는 이름도 없고 설명도 필요 없고
앞날을 약속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이더라.

그저 오늘 네가 좋고,
오늘의 내가 네 앞에서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낸다.
불안이 이성을 흔들고,
내일의 무게가 지금의 온기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너와의 이 시간을
‘일단 사랑만 해두는 일’로 남겨두고 싶었다.

온 마음을 다해 알아가려 하지 않아도,
끝까지 책임질 말을 서둘러하지 않아도,
우리의 지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사랑만 해두면 된다.
너를 붙잡아두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증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서로에게 남겨둘 수 있는 건 결국 따뜻함뿐이니까.

언젠가 오래 지나,
다시 이 순간을 떠올릴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건 불완전한 미래 대신
충분히 아름다웠던 지금이었으므로.

그러니 오늘은 그냥,
너를 좋아하는 이 기분만 조용히 안고 있을게.
어디에도 붙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내 마음 깊은 곳에 눕혀두듯 살며시 간직해 둘게.

우리, 복잡한 건 내려놓고
사랑만 해두자.
그거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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