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진 날

by 윤지안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소리 없이 찾아왔다.
벽돌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과정은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는데,
마지막 한 조각이 떨어지는 순간에야
내가 오래전부터 균열 위에 서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문득 휴대폰을 내려놓는 손끝이 헛돌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울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화를 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제는 버티기 어렵다’는 문장이
마음 안쪽에서 아주 천천히 떠올라
어디에도 기대지 못한 채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어쩌면 무너짐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건이 아니라,
작고 자잘한 슬픔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자신도 모르게 한계선에 닿는 것.
“괜찮아”라며 넘겼던 모든 순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웠다는 걸
그날에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무너진 날,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앉아
창밖으로 흐린 하늘만 바라보았다.
뭉개지듯 번지는 구름을 보며
이렇게 무너지는 것도 삶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문득,
무너져버린 마음 위에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사람도,
내 감정을 통째로 다 이해해 줄 사람도
결국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따뜻한 물을 끓여 찻잔에 붓는 일.
정리하지 못했던 작은 서랍 하나를 여는 일.
그동안 미루어둔 메시지에
잠깐의 용기를 내어 답장을 보내는 일.

그 작은 행동들이
내 마음 한가운데 남아 있는 빈터에
조용히 돌 하나씩 놓는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직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너지는 느낌은 없었다.
부서진 자리에 손을 얹으며
조금씩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마음이 무너진 날은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버티며 걸어왔는지
조용히 인정해 주는 시작점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천천히,
내가 서 있을 자리를 다시 단단히 찾아가는 중이다.
그 과정이 느려도 괜찮다.
뒤돌아보면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