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어질수록, 방 안은 더 적막해진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
창문 너머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낮 동안에는 아무렇지 않게 숨길 수 있었던 감정들이,
밤이 오면 꼭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둘러싸며 속삭인다.
“이젠 피할 수 없지?”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로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밤은 어떤 밤일까.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마음이 가슴을 울릴 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온기가 그리울 때,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조차 나를 무너뜨릴 것 같을 때—
그런 밤들이 있다.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노력처럼 느껴지는,
마음의 기압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오래된 상처까지 다시 삐걱거리며 드러나는 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밤일수록 나는 가장 솔직해진다.
하루 종일 괜찮은 척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어둠 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면,
나 역시 슬쩍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사실은 많이 힘들었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삼켜둔 문장들을
밤에게 맡기듯 흩뿌려본다.
그러다 보면,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노래 한 구절처럼 조용하고 연약한 빛이
가슴 안쪽에서 스며 나온다.
밤은 여전히 깊고 감정은 여전히 무겁지만,
그 무게를 견디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완전히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사실 조금씩 버티고 있다.
밤이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듯 짙어질수록,
마음 한켠에서는 미세한 힘이 생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나를 오늘에 붙잡아 놓는 힘.
그 힘은 언제나 거창한 희망의 이름을 갖고 있진 않다.
단지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는
작고 흔한 속삭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작은 속삭임이,
이 버틸 수 없는 밤을 마지막까지 버티게 하는
이유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버틸 수 없다는 말 뒤에 숨은 진짜 뜻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버틸 수 없다면 이미 포기했을 테니까.
그러지 않았다는 건—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아직 스스로를 놓지 않았다는 뜻이며,
아직 빛을 향해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 밤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힘겹게 버텼다는 사실만이
희미한 기적처럼 새벽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