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스

<Luminous>

by 윤지안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희미한 발광을 품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아주 미약해서, 스스로는 잘 보지 못하는 어떤 빛.
어둠 속에서 더 분명히 드러나는, 존재의 온도 같은 것.
나는 그 빛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루미너스’라고 불러왔다.

루미너스는 거창한 광채가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 만큼 밝지도 않다.
그저 한 사람이 하루를 버티고,
마음이 무너지는 밤을 간신히 걸어 지나가게 해주는
작고 은근한 불씨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

그런 빛으로 남았던 적이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비추어준 적이 있었을까를 떠올려본다.
대개 그런 순간은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간다.
시간이 훌쩍 흐른 뒤, 문득 걸음을 멈춘 어느 날,
뒤늦게야 깨닫는다.
“아, 그때 나를 지탱해 준 건 바로 저 사람이었구나.”
그 사람의 말, 표정, 다정함,

혹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준 일.
그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 은근히 반짝이던 조각들이다.

살다 보면 어둠이 길을 잃게 만들 때가 있다.
미래는 희미하고, 마음은 쭈그러들고,
세상이 나를 향해 등을 돌린 것만 같은 날들.
그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추는 법을 자주 잊는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빛은 없다.
희미할 뿐, 꺼진 건 아니다.

루미너스는 그런 순간에 가장 정확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 용기를 발견한다.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빛이,
바람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 움직인다.

나는 그런 빛을 믿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외적인 광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내는 미약한 발광.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한 조각의 체온이 되며,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간신히 붙잡게 해주는 손잡이가 된다.

혹시 지금 마음이 캄캄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안의 루미너스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당신이 몰랐을 뿐,
그 빛은 지금도 조용히 숨을 쉬며 당신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빛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우리가 서로를 살게 한다.

루미너스는 결국 관계의 온기, 기억의 조각,

존재의 이유,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그러니 오늘도 당신의 작은 빛을 잊지 말기를.
세상은 종종 그 빛을 못 본 척하지만,
길을 잃은 어떤 영혼에게는
당신의 루미너스가 유일한 표지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