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늘의 온도

by 윤지안


오늘의 온도는 숫자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기온계가 말해주는 23도와,
마음이 느끼는 23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이유로
같은 하루를 다른 온도로 살아낸다.

첫 번째 시선, 창가에 앉은 사람의 온도.
햇빛은 유리창을 통과하여 부드러워졌고,
바람은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이 온도는 기다림에 가깝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 여백의 따뜻함.

두 번째 시선, 출근길의 온도.
지하철 안은 조금 숨이 막히고, 사람들의 체온이 겹쳐진다.
이 온도는 조급함이다.
오늘을 제때 도착시키기 위해 서두르는 열기.

세 번째 시선, 학교 운동장의 온도.
땀과 웃음, 넘어짐과 다시 일어섬이 뒤섞인 공기.
이 온도는 과잉이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에너지도 가득 차 있다.

네 번째 시선, 병원 대기실의 온도.
에어컨은 차갑지만,
손을 맞잡은 사람들 사이에는 미묘한 온기가 흐른다.
이 온도는 불안이다.
차가움 속에서 서로를 덥히는 방식.

다섯 번째 시선, 혼자 먹는 점심의 온도.
김이 오르는 국물은 따뜻하지만, 말은 없다.
이 온도는 중간쯤이다.
외롭지도,
충분히 충만하지도 않은 상태.

여섯 번째 시선, 오래된 메시지를 다시 읽는 밤의 온도.
불이 꺼진 방에서 휴대폰 화면만 밝다.
이 온도는 잔열이다.
이미 끝난 감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증거.

일곱 번째 시선, 퇴근 후의 온도.
신발을 벗고 바닥을 밟는 순간, 몸의 긴장이 풀린다.
이 온도는 안도다.
하루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낮은 체온.

여덟 번째 시선, 창밖을 바라보는 노인의 온도.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 된다.
이 온도는 기억이다.
지나간 계절들이 겹쳐 만들어진 안정된 온도.

아홉 번째 시선, 잠들기 직전의 온도.
이불속에서 하루를 천천히 접는다.
이 온도는 희미한 희망이다.
내일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기대.

오늘의 온도는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덥고,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차갑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아홉 개의 온도가 겹쳐
오늘이라는 하루를 완성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온도로,
같은 오늘을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