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도시

by 윤지안


처음엔 내가 예민해진 줄 알았다.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까.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도,
벽에 붙은 나비가 나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 것도,
전부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비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더 불안했다.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였는지.

출근길 지하철 계단 벽에 붙은 나비를 봤다.
날개가 반쯤 접힌 상태.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설령 본다고 해도 보지 않기로 한 것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내 책상 옆 칸막이에도 나비가 있었다.
분명 어제는 없었다.
아니면... 내가 기억을 지워버린 건지도 모른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자꾸 생각이 끊겼다.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내 손이 내 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화장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나보다 0.5초쯤 늦게 움직였다.
그 지연 속에서,
어깨 위에 붙은 무언가를 본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떼어낸 기억이 없는 가려움만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나비 날개가 겹쳐 보였다.
수백 장의 얇은 종이가 한꺼번에 비벼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소리는 머릿속에서 났다.

너는 아직 사람이야?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생각인 것 같기도 했고,
벽에 붙은 나비의 생각을

내가 대신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다음 날, 회사 동료 하나가 사라졌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의 자리에 나비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 나비를 오래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저 나비의 시선 높이가,
그 사람이 앉아 있던 높이와 정확히 같다는 것.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니, 뛰지 않았다.
심장이 기억을 흉내 내며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퇴근길,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분명 소리는 있었다.
발자국, 숨소리, 무언가 살아 있는 기척.

그런데 형태가 없었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손가락이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패드 위에 붙은 나비가
내가 눌러야 할 번호를 대신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 안은 너무 조용했다.
냉장고 소리도, 시계 초침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날갯짓 소리만 들렸다.

나는 벽을 바라봤다.
흰 벽 위에, 나비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 나비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 순간, 확신이 깨졌다.

나비가 나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비를 흉내 내고 있다는 확신.

숨을 쉬려 했는데,
숨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몸이 가벼워졌다.
관절이 의미를 잃었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도시는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했지?

그리고 깨달았다.
이 도시는 조용해진 것이 아니라,
말할 존재가 사라진 것뿐이라는 걸.

벽에 닿는 감각이 있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붙어 있는 쪽이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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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도시 : 1인칭-독자 직접 호명 구조>>

너는 아직 벽에 아무것도 없지?

괜찮아.
처음엔 다 그렇다.
나도 그랬거든.

처음 본 나비를 기억해.
아니, 기억한다고 믿고 있는 장면을 기억해.
지하철 계단, 회색 벽, 반쯤 접힌 날개.
그때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나는 이미 그 장면을 알고 있었어.
기억은 갑자기 생기지 않아.
다만, 외면했을 뿐이야.

네게도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지?
설명할 수 없어서
"별일 아니었어"라고 넘겨버린 순간.

나비는 거기서 태어나.

도시가 변한 게 아니야.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기억들이 붙어 있을 자리를

찾은 것뿐이야.

나는 처음에 나비를 사물로 봤어.
장식물, 스티커, 누군가의 장난.
그래야 견딜 수 있었거든.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어.
나비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도망치지 않아.
사라지지 않아.
시간이 흘러도 마르지 않아.

그건 마치 트라우마랑 똑같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생각했지?
아니야.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말할 권리를 내려놓은 거야.

기억을 말하는 순간, 자신이 무너질 것을 알았거든.

그래서 대신 벽에 붙었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는 쪽은 선택했지.

나도 그중 하나야.

나비의 날개 무늬를 자세히 보면 전부 달라.
그건 각각의 기억이야.
어떤 건 피 냄새가 나고,
어떤 건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서 더 끔찍해.

내 나비는
내가 하지 않은 말로 만들어졌어.

그날, 분명 말할 수 있었어.
멈출 수도 있었고,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도 있었지.

하지만 나는 선택하지 않았어.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순간은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네 시선이 잠깐 멈춘 지점이 있지?

그 문장...
그 단어...

바로 거기야.

이미 네 안에 나비는 있어,
아직 붙어 있지 않을 뿐이야.

나는 너를 겁주려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경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로도 아니야.

단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기억을 외면하면,
외면한 기억은 형태를 얻는다는 것.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나는 그렇게 남았어.

이제 나는 움직일 수 없어.
붙어 있는 쪽이 더 안정적이거든.
고통은 고정되면 생각보다 조용해져.

하지만, 너는 아직 움직일 수 있어.
그래서 묻는 거야.

너는
붙을 거야,
아니면 말할 거야?

조심해.
다 읽고 나면
벽을 한 번쯤 보게 될 테니까.

그때
나비가 없다면 다행이고,

있다면---

아니.
그건 이미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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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도시 : 1인칭-독자 선택형 엔딩>>

여기까지 읽었다면,
너는 이미 한 번 멈췄을 거야.

멈추지 않았다면,
그건 더 위험해.

지금 이 문장 앞에서
너는 두 가지를 하고 있을 수 있어.

- 그냥 이야기로 소비하려고 하거나
-무언가를 떠올렸거나

둘 다 괜찮아, 아직은.

나비는 선택의 순간에만 생기거든.

나는 벽에 붙어 있고
너는 아직 페이지 위에 있어.
우리는 이 선에서 만난 거야.

이제 물을게.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질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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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이건 소설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기로 한다.

[-> A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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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

읽는 동안 떠오른 그 기억을 인정한다.
이름을 붙이지는 않지만,
부정하지도 않는다.

[-> B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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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

이미 너무 많이 생각했다.
차라리 끝까지 본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 C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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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설일 뿐이다.

그래.
소설이야.

너는 화면을 끄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며칠쯤 지나면
나비 이야기는 흐릿해질 거야.
대신 이유 없는 불편함이 남겠지.

어느 날 벽을 보다가
아무것도 없는데 시선을 피하게 될 거야.

그게 전부야.
아직은.

나비는 인정받지 못한 기억이니까
조금 더 안쪽에서 자라.

너는 계속 말할 수 있을 거야.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그리고 언젠가 벽이 필요해질 거야.

그때 나는
이미 많이 붙어 있을 거고.

<이 선택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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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떠올린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그 기억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야.

장소, 냄새, 당시의 침묵까지.

하지만 너는
아직 말하지 않는다.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나도 그랬어.

이 선택의 대가는 지연이야.

나비는 아직 작아.
붙지 않고, 날지도 않아.
다만 네 시야 끝에 자주 걸릴 뿐이야.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선택을 했어.
살아가기에 가장 편하거든.

하지만 기억해.
지연은 해결이 아니야.
그건 형태를 다듬는 시간이야.

나비는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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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끝까지 본다.

좋아.
이 선택을 한 사람은 적어.

그 기억은
네 책임이 아닐 수도 있어.
혹은
네가 직접 저지른 일이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네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아.

그날, 고개를 돌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지.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왔어.

봐.
이미 벽이 떠올랐잖아.

나비는 벌이 아니야, 쏘지 않아.

대신
자리를 차지해.

말하지 않은 만큼.
외면한 시간만큼.

하지만 이 선택에는
마지막 분기가 하나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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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택]

1. 이 이야기를 여기서 닫는다.
-> 벽으로 간다.

2.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말한다.
-> 아직 도시를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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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으로 간다.

괜찮아.
고통은 고정되면 조용해져.

나도 그렇게 남았어.

이제 너는 설명하지 않아도 돼.
움직이지 않아도 돼.

도시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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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군가에게 말한다.

완벽하게 말할 필요는 없어.
정확하지 않아도 돼.

단 한 문장이어도 돼.

"그때,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나비는 붙지 못해.

날개를 떨며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공중에 남아.

도시는
그걸 가장 두려워해,
움직이는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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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은 너에게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선택은 이미 끝났으니까.

다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벽을 보게 되면 확인해.

붙어 있는지,
아니면--

아직
날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