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리고 저물어가는 2025년

by 윤지안


2025년은 나에게 하나의 계절처럼 지나간다.

분명 봄이 있었고, 여름은 숨이 막히도록 뜨거웠으며,
가을은 생각보다 빨리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의 황혼.
모든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끝나가는 기분이 드는 시간이다.

이 저녁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나비를 떠올린다.
나비는 늘 완성된 존재로 기억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수없이 기다린 시간이 접혀 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는 연습을 끝낸 뒤에야 비로소 날아오른다.

그 기다림을 생각하면,
2025년의 나는

아직 번데기였던 순간이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올해 나는 자주 흔들렸다.
확신보다는 질문이 많았고, 선택보다 망설임이 길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 흔들림 덕분에 방향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었다.
나비의 날개가 미세한 각도 차이로

전혀 다른 바람을 타듯,
사소해 보였던 결정들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왔다.

저물어가는 해는 늘 정직하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보다,
이미 흘려보낸 시간을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놓친 것들, 말하지 못한 마음들,
조금 더 용감했어야 했던 순간들이
노을처럼 겹겹이 쌓여 눈앞에 번진다.

하지만 그 빛은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이 한 해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나비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 짧음 때문에 더 선명하고, 더 조심스럽게 날아간다.

2025년도 그렇다.
길었던 것 같지만,
손에 쥐어보면 한 번의 날갯짓만큼이나 가볍다.
그래서 나는 이 저물어가는 해를 붙잡기보다,
조용히 배웅하려 한다.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아직 날개가 젖어 있었지만,
그래도 몇 번은 분명히 날아올랐다고.

어둠이 완전히 내려오기 전,
나는 나비처럼 마지막 빛을 향해 천천히 방향을 튼다.

다가올 2026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든,
이 해를 통과한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가벼워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