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름들은 오래 불리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입술에 올리지 않을수록,
마음의 깊은 곳에서 더 선명해진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도 나로 남아 있는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았는가.
세상은 쉽게 말한다.
버텨냈다면 충분하다고,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떤 날에는
숨 쉬는 일조차 성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견뎌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축복하기엔,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나를 성공으로 데려가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나의 이름을 잊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
누군가의 기대나 기준으로 덧칠되기 전의 나,
아직 상처받기 전의 나,
작고 연약했지만 분명히 존재하던 그 이름을.
어쩌면 축복이란 거창한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밤에도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
쓰러진 자신에게 “그래도 여기까지 왔어”라고
속삭여 줄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빛은 늘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주 낮은 음으로,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놓친다.
하지만 그 빛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우리가 다시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오늘도 나는 나의 이름을 부른다.
잘하지 못해도, 흔들려도, 늦어도 괜찮다고.
여기까지 살아온 너는 이미 충분히 애썼다고.
그러니 부디,
네 이름 위에 축복을 얹는 일을
스스로에게서 빼앗지 말라고.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