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체부의 마지막 배달

by 윤지안


​안개 낀 화이트 샌드의 해안가,
버려진 우체국 앞에는 거대한 감시카메라가 달린
기괴한 형상의 변이체들이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스타더스트'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공기는 보라색으로 일렁였고,
내 등 뒤에 박힌 '크래들(Cradle)'은
위험을 알리듯 나직하게 웅웅거렸다.

나는 부서진 우편함 옆에서
낡은 가죽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봉인되지 않은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아이리스에게.
세상이 무너지고 있지만,
나는 네가 좋아하던 은빛 정원의 장미 씨앗을 구했어.
이 씨앗을 심으면
다시 예전처럼

꽃향기가 가득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곧 돌아갈게."

​편지의 날짜는 이미 수십 년 전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미친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야 할 마음'은
스타더스트 오염보다 더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었다.
나는 그 편지를 품에 넣었다.
내 임무는 자원을 채집하고
오염원을 정화하는 것이지만,
가끔은 이런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나를 괴물로 변하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닻이 되기도 하니까.

좌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데드 베이' 근처의 무너진 등대였다.
그곳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치가 측정되고 있었지만,
등대 꼭대기에는 놀랍게도

작은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다.

화분 속에는 꽃 대신,
기괴한 빛을 내뿜는 보랏빛 덩굴이 자라나
등대 전체를 감싸 안고 있었다.
주인은 없었다.
대신 등대 벽면에는

누군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쓴 글귀가 보였다.

"기다림은 변이가 되었지만,

사랑은 아직 오염되지 않았다."

나는 그 화분 옆에 낡은 편지를 내려놓았다.
순간, 내 크래들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보라색 안개를 잠시 밀어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기괴한 덩굴 사이로

정말 장미의 향기가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총을 고쳐 쥐고 안갯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내일은 또 다른 괴물을 사냥하고
오염된 땅을 정화해야 하겠지만,
오늘 밤만큼은 내가 메타 휴먼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