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est Days

- 빛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있는 것 -

by 윤지안


밤은 언제나 같은 얼굴로 오지 않는다.
어떤 밤은 소음을 삼키고,
어떤 밤은 기억을 삼킨다.

다키스트 데이즈의 세계에서의 밤은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태다.
인간이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잃었을 때 도달하는 내부의 풍경.

거리에는 불이 켜져 있지만,
그것은 길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빛은 그저 존재를 증명하는 마지막 몸부림처럼 깜빡인다.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알리바이.
이 세계에서 생존은 희망의 반대말이다.
생존은 포기하지 못한 자들의 습관이다.

사람들은 종종 “무서운 건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공포는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총성도, 괴물도, 폐허도 아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에서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소리가 커진다.
내가 여기에 남아 있는 이유가 있었던가.
혹은 떠나지 못한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낮이 와도 안도감은 없다.
햇빛은 사물을 드러내지만,
의미까지 비추지는 못한다.
건물의 벽에는 오래된 선택들이

긁힌 자국처럼 남아 있다.
누군가는 지키겠다고 남았고,
누군가는 버리겠다고 떠났다.
그 결정의 흔적들이 도시에 층층이 쌓여,
지금의 침묵을 만든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뒤의 상태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자주 자신을 잃는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만 남는다.
타인과의 관계, 사회의 역할,
미래에 대한 약속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설명되지 않는 ‘나’다.
그 ‘나’는 생각보다 잔인하고,
생각보다 비겁하며,
동시에 생각보다 끝까지 버틴다.

다키스트 데이즈의 심리 호러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괴물을 마주하는 순간이 아니라,
괴물이 없어도 계속 숨 쉬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그래서 이 세계는 끔찍하다.
하지만 동시에 솔직하다.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넘기려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어두운 날들이란,
빛이 전혀 없는 날이 아니다.
빛이 필요 없어진 날,
희망이 없어도 움직일 수 있게 된 날,
그날이야말로 진짜 다키스트 데이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끝까지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