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테이블 위에 머물다 잠시 쉬어간다.
나뭇결 사이로 스며든 빛은
도넛의 설탕을 반짝이게 하고,
커피 잔 가장자리에 얇은 그림자를 남긴다.
오늘의 시간은 빠르지 않다.
쟁반 위에 놓인 것들은 모두 둥글고,
둥글다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 같다.
도넛은 말이 없다. 대신 질감으로 이야기한다.
갓 튀겨진 표면의 온기, 설탕이 녹아 만든 얇은 막,
한입 베어 물면 사라지는 공기층.
각자의 생김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사라진다.
씹는 동안만 존재하다가,
입 안의 온도로 풀려나 기억이 된다.
사소한 기쁨은 늘 이런 방식이다.
대단하지 않아서 오래 남는다.
커피는 늦게 말을 건다.
첫 모금은 쓰고, 두 번째는 익숙해지고,
마지막은 미련이 된다.
컵의 흰색은 오후의 마음처럼 담백하다.
아무것도 덧칠하지 않아도 충분한 얼굴.
손잡이를 잡은 손에 남은 따뜻함이,
오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전해진다.
창가의 빛은 시간을 재지 않는다.
분침이 어디쯤 있는지보다,
지금의 온도가 중요한 날이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앉아야 한다.
할 일을 내려놓고,
둥근 것들 앞에서 둥글게 숨을 쉬어야 한다.
세상은 각을 세우라고 재촉하지만,
휴식은 늘 원형으로 찾아온다.
이 시간의 공기는 말한다.
충분하다고. 더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설탕이 조금 묻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 두드리며,
오늘의 행복은 이 정도면 딱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