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낮은 햇살이 걸려 있을 때,
아메리카노는 늘 가장 먼저 식어간다.
뜨겁게 시작했으나 오래 머무르지 않는 온도처럼,
요즘의 마음도 그랬다.
나무 트레이 위에 놓인 잔과 접시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쓴맛이 또렷한 아메리카노,
부드럽고 고소한 땅콩크림 카놀리,
그리고 말없이 깊은 갸또 케이크.
누가 주인공이라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카놀리를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껍질 아래서 크림이 조용히 무너졌다.
달콤함은 과하지 않았고,
땅콩의 고소함은 오래 남았다.
누군가의 다정함이 이런 맛이라면
아마 이런 식일 것이다.
티 나지 않게 곁에 머무르며
천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갸또 케이크는 말수가 적었다.
진한 초콜릿의 밀도는
서두르지 말라는 듯 묵직했고,
포크를 내려놓을 때마다
잠시 생각이 멈췄다.
지나간 일들, 말하지 못한 마음,
괜찮은 척 넘겨버린 하루들이
이 케이크 안에 조용히 스며 있는 것 같았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의자는 비어 있었지만,
이 작은 테이블 위에서는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쓴맛과 단맛,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서로를 설득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는 오후.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더 마신다.
이미 많이 식어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나와 잘 어울렸다.
뜨겁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이 순간은 충분히 괜찮다고
누군가 조용히 말해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