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날개

by 윤지안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과할 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들이 반짝인다.
나는 그 빛을 볼 때마다 설탕을 떠올린다.
보이지 않을 만큼 가볍고,
그러나 혀끝에 닿으면 분명히 존재를 증명하는 것.

부엌 식탁 위에 흩어진 설탕 알갱이들은
밤사이 날개를 달고 날아온 나비의 비늘처럼 빛난다.
손끝으로 살짝 문지르면
사각, 하고 미세한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마치
고양이가 목을 긁으며 내는 낮은 골골거림처럼,
귓속 깊은 곳을 간질인다.

나는 설탕을 한 스푼 떠서 따뜻한 홍차에 넣는다.
하얀 알갱이들이 천천히 가라앉다가
이내 투명하게 녹아 사라진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혀끝에는 더 또렷한 달콤함이 번진다.
어떤 존재는 모습을 잃고서야 더 선명해진다.

창가에는 고양이가 웅크려 있다.
햇살에 데워진 털에서는 은은한 비누 향과
밤새 잠든 체온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등을 쓰다듬으며 나비를 떠올린다.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 없는 것들,
그러나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것들.

고양이의 눈동자 속에는
작은 우주가 흔들린다.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나비 한 마리가
설탕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빛을 만든다.

나는 깨닫는다.
달콤함은 입안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양이의 체온,
창밖에서 스쳐가는 바람,
날아오르다 금세 사라지는 나비의 그림자-
그 모든 것이 혀끝보다 더 깊은 곳에서 녹아
마음이라는 잔 속에 스며든다는 것을.

설탕은 녹고,
나비는 날고,
고양이는 잠든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하루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