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바꾸는 밤

by 윤지안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는 시간,
창문을 반쯤 열어두면 밤의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든다.
젖은 흙과 먼지, 아직 식지 않은 낮의 체온,
그리고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이 부서진 뒤 남은 공기.
그 틈을 타고 나비 한 마리가 들어온다.

계절을 착각한 나비는 늘 그렇듯,
길을 잘못 든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를 구경하러 온 것뿐이라는 걸.

나비의 날갯짓은 소리가 없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아주 작은 비단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섬세한 떨림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결을 만지는 손끝 같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이름, 지워졌다고 믿었던 장면들이
은은하게 부풀어 오른다.

책상 위에 웅크린 고양이가 눈을 뜬다.
황금빛 동공이 천천히 열리며 나비를 따라 움직인다.
사냥의 본능이라기보다,
세계를 관찰하는 철학자의 눈빛이다.

고양이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알고 있다.
잡는 순간, 아름다움은 사라진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그저 바라본다.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꼬리 끝을 아주 미세하게 흔들며 숨을 고른다.
나비의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궤적은 별자리처럼 보인다.
잠시 후 사라질 빛의 지도.

밤이 깊어지면 창밖의 별들이 하나둘 또렷해진다.
도시는 별을 지우려 애쓰지만,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빛은 늘 어둠의 틈을 찾아 스며들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의 등 위에 손을 얹는다.
따뜻하다.
생명은 언제나 이렇게 구체적인 온도로 존재한다.
반면 별은 차갑다.
손에 잡히지 않는 거리에서만 반짝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나비와 고양이와 별의 중간,
그 어디쯤에 서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날아가고 싶어 하지만
어디론가 속해 있고,
닿고 싶어 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나비는 결국 창문을 통해 다시 밤으로 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혹은 모든 일이 있었다는 듯.

고양이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의 숨소리는 별빛보다 느리고,
나비의 날갯짓보다 깊다.

그리고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별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아주 오래전의 빛으로
지금의 나를 비추고 있다.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쩌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꿀 뿐이라고.

나비는 기억이 되고,
고양이는 온기가 되며,
별은 기다림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것의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