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창문 틈으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가벼운 착각이다.
어딘가에서 막 태어난 것 같은 색의 움직임.
나는 그것을 나비라고 부른다.
나비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날갯짓은 분명히 무언가를 흔든다.
공기, 빛, 그리고 마음의 가장 얇은 막.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은 존재라기보다 ‘사이’에 가깝다.
꽃과 꽃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
어제의 나와 아직 오지 않은 나 사이.
나비의 시간은 짧다.
그래서인지 더 또렷하다.
망설임 없이 날고,
주저 없이 앉고,
머뭇거림 없이 떠난다.
나는 가끔
내가 나비였던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잠깐, 누군가의 시선 위에 내려앉아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밝히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졌던 순간들.
그러나 나비는 알고 있을까.
짧은 생이 남기는 잔향이
어떤 별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밤이 온다.
낮의 가벼움이 식고,
하늘이 깊이를 드러낼 때
나는 또 다른 존재를 기다린다.
혜성은 예고 없이 나타난다.
검은 하늘을 찢으며
은빛의 흉터를 남긴다.
그것은 멀리서 온 방문자.
태양을 스치고,
열에 녹으며,
스스로를 태워 빛을 만든다.
혜성의 꼬리는 과거다.
지나온 시간의 파편이
빛으로 흩어지는 흔적.
우리는 그 찰나를 보고
소원을 빈다.
이상하다.
스스로를 소진하는 존재에게
왜 우리는 미래를 맡기는 걸까.
아마도 그것이
가장 치열하게 빛나는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비가 봄의 공기를 흔들 듯,
혜성은 우주의 어둠을 흔든다.
하나는 손끝 가까이에서,
하나는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그러나 둘 다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는 점에서
서로를 닮았다.
나는 낮에는 나비처럼 살고 싶고,
밤에는 혜성처럼 빛나고 싶다.
가벼운 날갯짓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스치고,
필요한 순간에는
온 힘을 다해 나를 태우는 삶.
영원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에겐
반짝임이 있다.
봄날의 한 마리 나비와
어둠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혜성처럼,
짧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단 한 번의 궤적.
그리고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늘을
조용히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