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밤에도
세상은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조용히 서로를 스치며 지나간다.
나는 가끔
그 어둠 속을 지나가는 어떤 기척을 느낀다.
마치 푸른빛을 머금은 날개 하나가
공기를 가볍게 가르며 지나가는 것처럼.
그것은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기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사소한 순간이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깊은 밤 창문을 열었을 때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의 숨결,
거리의 가로등 아래
잠깐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작은 용기.
어둠은
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둠 속에서도
어떤 것들은 계속 날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푸른 날개들.
우리가 다시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거창한 빛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다.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더라도
그 가장자리를
조용히 스치며 지나가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 위를
푸른 날개 하나가
가볍게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미세한 바람이
다시 한번
우리를 내일로 날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