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모양

다채로움

by 윤지안


1. 깊은 밤의 우울

밤이 되면 생각들이 달빛처럼 스며든다.
잊었다고 믿었던 감정들이 어둠 속에서 깨어나 나를 감싼다.
조용한 방 안, 시계 초침 소리만이 내 곁에 남아 있다.
무겁게 내려앉은 이 공기는 마치 나를 가두는 듯하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이 고요한 감옥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2. 이유 없는 우울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음이 축축하게 젖어든다.
웃고 싶지만 입꼬리가 무겁고,
움직이고 싶지만 몸이 무거운 날.
햇살은 따뜻한데 내 안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한숨,
그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 답답한 우울.

3. 이별의 우울

네가 떠난 자리에는 바람만이 스친다.
같이 걷던 길도, 함께 마시던 커피도 그대로인데,
너만 없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시간을 믿을 수 없다.
그리움이 사무칠 때마다, 나는 오늘도 네가 남긴 빈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4. 무기력한 우울

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손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눈앞에 글자가 가득하지만 한 글자도 읽히지 않는다.
몸이 무거운 건지, 마음이 무거운 건지.
어느 순간 나는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그냥,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또 하루를 살아낸다.

5. 과거에 머무는 우울

문득 스쳐가는 기억 하나가 나를 붙잡는다.
그때는 참 행복했는데,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와 버린 걸까.
과거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때의 나를 붙잡고 놓지 못한다.

어떤 우울이든, 결국은 지나가겠지.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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