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두 개의 날개

by 윤지안


비는 오래 내렸다.
봄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차가운 계절이었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느슨해진 공기가 거리에 흘러다니고 있었다.
비는 그런 애매한 계절처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도시 위에 내려앉았다.

윤서는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내려오는 빗방울이 길게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갈라졌다.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다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윤서는 문득 생각했다.

모든 것은 결국 나뉘는 걸까.

하나였던 것들이 둘이 되고,
둘이 된 것들은 다시 서로 다른 길을 향해 흘러가고.

윤서는 오래전부터
자신 안에 그런 분기점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있는 윤서와
혼자 있을 때의 윤서.
말없이 웃어주는 윤서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천장을 바라보는 윤서.

두 사람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요즘 그녀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숲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높았고,
빛은 아주 얇게만 내려왔다.
그 빛 속에서 그녀의 어깨 뒤로 무엇인가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그림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날개였다.
그녀의 등에 달린 날개.
윤서는 그것을 천천히 펼쳤다.

왼쪽 날개는 밤처럼 검었다.
깊고 조용한 어둠의 색.
오른쪽 날개는 아주 희미한 빛을 띠고 있었다.
새벽의 첫 빛처럼,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금빛.

두 날개는 서로 전혀 다른 존재 같았다.

검은 날개가 먼저 말을 했다.

“이제 그만 쉬어도 돼.”

그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오래된 담요처럼 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너는 이미 충분히 오래 버텼어.”

윤서는 잠시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밝은 날개가 미묘하게 떨렸다.

“아직 아니야.”

그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너는 아직 날지 않았어.”

두 날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아래로,
하나는 위로.

몸이 미묘하게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윤서는 항상 잠에서 깼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윤서는 잠을 다시 이루지 못했다.
시계를 보니 밤 열 시가 조금 넘었다.
창문 밖에는 비가 막 그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젖은 도로가 가로등을 받아 흐릿하게 빛났다.

윤서는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그친 도시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었다.
젖은 흙과 아스팔트, 나뭇잎과 먼지가 뒤섞인 냄새.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밤의 공원은 낮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벤치와 나무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윤서는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서 젖은 낙엽이 작은 소리를 냈다.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나뭇잎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올랐다.

나비였다.
봄도 완전히 오지 않은 밤에 나비라니,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윤서는 걸음을 멈췄다.
나비는 공중에서 몇 번 천천히 원을 그리더니,
가로등 빛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윤서는 그것을 보았다.

그 나비의 날개는
완벽하게 두 색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 날개는 깊은 남색이었다,
밤하늘의 가장 어두운 부분처럼.

오른쪽 날개는 희미한 금빛이었다,
새벽이 막 시작될 때 하늘에 떠오르는 색.

윤서는 숨을 들이켰다.
나비는 잠시 공중에 떠 있다가,
공원의 오래된 벤치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항상 하나가 되려고 하지.”

윤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공원에는 나무와 벤치, 그리고 가로등뿐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존재는 두 개로 이루어져 있어.”

목소리는 분명히 나비 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윤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 작은 생물을 바라봤다.

나비는 천천히 날개를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빛만으로는 날 수 없고,”

나비가 말했다.

“어둠만으로도 날 수 없거든.”

윤서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기억들이 조용히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던 날들.
“나는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냥 조금 피곤한 것뿐이야.”

그 말들을 하고 돌아와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던 밤들.

자신 안에 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윤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어딘가 부서진 것 같았어.”

윤서는 아주 작게 말했다.
나비는 고개를 기울였다.

“부서진 게 아니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비는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건 균형이야.”

바람이 살짝 불었다.
나비의 두 날개가 동시에 흔들렸다.

“어둠은 너를 멈추게 하고,
빛은 너를 움직이게 해.”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너는 한쪽으로 떨어져 버릴 거야.”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비는 잠시 가로등 빛 속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공중을 미끄러지듯 날았다.

검은 날개와 금빛 날개가 함께 움직이며
하나의 궤적을 만들었다.
윤서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그때 문득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 안의 두 목소리.
멈추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계속 가라고 말하는 목소리.

그 둘은
서로를 망가뜨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를 붙잡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나비는 점점 멀어졌다.
어둠과 빛이 섞인 작은 형체가
밤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윤서는 아주 작은 것을 보았다.

나비의 날개 한쪽에 미세한 균열이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날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는 아주 안정적으로 날고 있었다.

그날 이후 윤서는 더 이상
자신 안의 두 목소리를 지우려고 하지 않았다.

슬픔이 찾아오면
그것이 어둠의 날개라는 걸 알았고,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어지면
그것이 빛의 날개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윤서는 창문 앞에 다시 서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 위의 빗방울이 흘러내리다가 둘로 갈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윤서는 조용히 생각했다.

나는 둘이다.
어둠과 빛.
머무름과 움직임.
멈춤과 비상.

하지만 그것은 모순이 아니었다.
그것은
날기 위한 구조였다.

윤서는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딘가에서 작은 나비가
밤을 가로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윤서는 아주 분명하게 알았다.
자신에게도
두 개의 날개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