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은하수를 향해 날아간 나비

by 윤지안


여름이 끝나가던 어느 밤이었다.
낮의 더위가 아직 아스팔트 속에 남아 있었지만,
공기에는 이미 가을의 냄새가 조금 섞여 있었다.

나는 도시 외곽의 오래된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다리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물은 별빛을 잘게 부수며 조용히 흘러갔다.

그날 밤은 이상할 만큼 하늘이 맑았다.
도시의 불빛이 조금 멀어진 곳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까지 하나하나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은하수를 별들의 강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시간들의 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날 밤의 은하수는
마치 아주 오래된 기억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난간에 팔을 얹고
한참 동안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작은 그림자가 날아왔다.

처음에는 작은 종잇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내 눈앞에서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나비였다.
밤에 나비라니.

낮에 날아다니는 나비들과 달리,
그 나비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날개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고,
공기를 거의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부드럽게 떠다녔다.

나비는 내 주변을 두세 번 돌더니
다리 난간 위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나는 괜히 숨을 죽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나비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날개에는 희미한 무늬가 있었는데,
마치 별빛이 아주 오래 머물다 간 흔적 같았다.

“너는 왜 밤에 날아다니니?”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물론 나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나비는 다시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하늘을 향해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 방향 없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곧 이상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비는 은하수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하지만 분명하게.

나는 그 작은 몸이
어둠 속으로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은하수는 너무 멀었다.
그곳까지 가는 것은
나비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비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날고 있었다.
한 번 날개를 움직이고,
또 한 번 날개를 움직이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별이 있는 곳에 정말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하늘로 이어진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에는 갈 수 없는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밤,
은하수를 향해 날아가는 작은 나비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그런 생각들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날아갈 수는 있는 것 아닐까.
목적지에 닿지 못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비는 점점 더 멀어졌다.
처음에는 또렷하게 보이던 날개가
이제는 작은 점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로 별빛 속에 스며들듯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은하수도 여전히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그 밤은
이상하게도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어떤 작은 날갯짓들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날아오르던 순간들.
누군가가
닿지 않을 것 같은 빛을 향해
그래도 한 번 더 날개를 움직이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하늘 어딘가에 길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밤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나비 하나가
조용히 날아오르고 있을 것이다.

은하수는 여전히 멀지만,
작은 날개에게는
언제나
날아갈 이유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