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늘 눈앞에서 시작되지만,
끝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걷는다.
확신이 아니라,
어렴풋한 감각 하나를 붙잡고.
어느 날은 발걸음이 가벼워서 바람과 나란히 걷고,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무거워져서 그림자에 발목이 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끝이 있다는 사실보다,
끝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질수록 길은 더 또렷해진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기 때문이다.
희미하게 흩어진 별빛들,
그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선들,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나의 작고 고집스러운 방향감각.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곳이 정말 하나일까, 하고.
혹시 우리의 여정은
어떤 단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라,
흩어져 있는 수많은 빛들에 닿기 위한 움직임은 아닐까.
그래서 ‘끝’은 도착이 아니라, 스침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별에 닿으면,
그 빛은 금세 다른 별로 이어지고,
우리는 또다시 길 위에 서게 된다.
마치, 완성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이 길의 끝이, 아니 이 길의 어느 순간이라도
뭇별에 닿기를.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거리에서
나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발끝에 쌓이는 시간과,
가슴 어딘가에 은은히 남아 있는 빛을 안고.
혹시라도 길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나는 멈추는 대신 고개를 들 것이다.
이미 수없이 지나온 밤들이
내 안에 작은 별로 남아 있을 테니까.
그래서 끝내,
내 여정이 어디에서 멈추든 상관없다.
나는 이미
여러 개의 별을 지나온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