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는 왼손잡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커피포트만은 꼭 왼손으로 들었다.
손에 딱 붙는 주전자의 감촉과,
왼쪽으로 흐르는 물줄기의 선명한 궤적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작은 습관.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은 탁하게 흐려 있었다.
새벽비가 살짝 내렸는지
유리창에는 물방울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고,
아래층 화단에서는 흙냄새가 올라왔다.
그녀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날 아침,
이유리는 처음으로 오른손으로 포트를 들었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원래 이 정도 무게였던가?
왼손에 익숙한 무게가 오른손에서는 낯설게 느껴졌다.
포트의 물이 살짝 흔들렸고,
작은 물방울이 싱크대에 튀었다.
딱, 딱.
유리는 멈칫했다.
방금 무언가 아주 작고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유리는 귀를 기울였지만,
그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정적.
냉장고의 저주파음만이 묵직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기분 탓이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아주 작은 선택으로
우주의 축을 살짝 밀었다는 것을.
**
출근 준비를 마친 그녀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
복도의 조명이 조금 달랐다.
색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광원의 온도가 바뀐 느낌.
더 하얗고, 더 차가웠다.
어제까지는 은은한 주황빛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그녀가 나서기 직전,
한 층 아래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오늘은 3분을 기다려야 했다.
“뭐지…”
층수가 매겨진 버튼 배열도 이상했다.
원래 오른쪽에 있던 ‘B1’ 버튼이 왼쪽에 있었다.
아주 사소한, 그러나 이상한 변화.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금화면에 보인 날짜:
2025년 5월 12일.
정확했다.
변한 건 날짜도, 시간도 아니었다.
오직 ‘배열’이었다.
그 순간 유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건 착각이 아니다.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자리에 낯선 화분이 놓여 있었다.
작은 선인장. 장식용으로는 흔한 물건.
하지만 유리는 확신했다.
이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옆에 작고 접힌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접힌 종이를 펼친 그녀는, 숨이 멎을 뻔했다.
> “당신은 중심 유리입니다.”
‘나비의 심장’으로부터.
그 순간,
세상이 마치 유리조각처럼 뚝— 하고
금이 간 것처럼 느껴졌다.